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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o Jun 27. 2023

욕망의 대지

길예르모 아리아가(2015)

영화는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4개 이야기를 중첩해가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영화 초반부에는 메마르고 황량한 뉴멕시코 땅이 배경이라는 것 외에는 공통점을 찾기 어렵지만, 각각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하나씩 퍼즐 조각이 맞춰진다. 왜 식당 지배인인 여주인공은 계속 잠자리 상대를 바꿔가면서 공허함에 시달리는지, 그런 그녀를 낯선 남자는 왜 뒤쫓는지, 그리고 갑자기 폭발해버린 트레일러가 어떻게 이 영화에 근원이 되었는지를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결국, 영화를 관통하며 4개 이야기를 이어주는 실타래는 제목처럼 욕망이다. 그것은 단순한 성욕으로 포장될 수 있지만, 감독은 왜 그것이 그러한 형태의 욕망으로 발현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보여준다. 


개인이 추구하는 욕망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본능은 충족시킬지 모르지만, 반드시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남긴다. 엄마가 갈구했던 욕망에 딸이 상처를 입고, 그 딸이 쫓았던 욕망에 아빠가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또다시 이어지는 욕망은 불멸의 존재인 것처럼 또다시 다른 이를 희생양으로 삼는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에 원망과 복수를 삽입시키지 않기로 결심한 듯 하다. 영화 설국열차의 기차처럼 영원히 레일 위를 달릴 것만 같던 영화는 극적인 용서나 화해 없이, 자기 스스로 상처를 치유해 버리고 만다. 하지만 한 개인의 욕망 때문에 이미 죽어버린 사람이나, 인생의 특정 시기를 배우자나, 엄마가 없는 상태로 보낸 이들의 상처 혹은 결여는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인가? 


욕망은 에너지와 같아서 인간의 인생이나, 그러한 인생의 관계 및 이들의 집합체는 욕망이란 에너지를 공급받아 움직인다. 그 끝은 불타오르는 대지일 수도 있으며 화해와 치유를 의미하는 눈빛의 교환일 수도 있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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