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 2월은 이사 성수기다. 통계청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통상 1~2월은 보통 다른 달보다 전입과 전출이 많다. 아이들 학교 문제, 회사 인사발령 등으로 이사하는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다. 우리 가족도 남편 회사 때문에 올해 1월 말, 타 지역 이사를 하게 됐다.
성수기에 장거리 이사라 이사 비용이 꽤 비쌀 터였다. 게다가 지금은 코로나 19 시대. 전과 달리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더 있었다. 일단 우리 집을 내놓았더니 보러 오는 사람들이 다 마스크를 쓰고 온다. 우리 집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게 이상해서 나는 벗고 있었는데, 한 손님이 나에게 말을 건넸다.
“저기 마스크 좀….”
뒷말은 이어지지 않아도 예상할 수 있었다. 서둘러 마스크를 챙겨 썼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손님이 온다는 전화를 받으면 일단 마스크부터 찾게 됐다.
내가 이사 갈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마스크 착용은 물론이거니와, 이동 인원을 최소화해야 했다. 공인중개사가 귀띔하길, 너무 많은 인원이 집을 보러 가면 거주하는 사람이 꺼리는 분위기란다. 남편과 아이들은 집에 둔 채, 나만 공인중개사와 함께 집을 보러 갔다. 현재 사시는 분에게 실례가 되지 않도록, 빠르게 집을 훑어봤다.
이사할 집이 정해지고 나면, 이사업체를 알아보게 된다. 대개 이사 비용은 집에 방문해서 견적을 보고 정해진다. 그런데 일부 업체는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으로 견적을 내준다고 했다.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집을 촬영해서 보내주면 대략 견적을 내준다는 것이다. 견적이 정확히 나올까 우려가 되면서도, 동시에 코로나 예방 때문이라니까 수긍하게 됐다.
그 무렵 코로나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이사업체까지 정해지고 나면 걱정이 끝날 줄 알았는데, 또 다른 걱정이 피어올랐다.
‘혹시 이사 날 우리 가족이 코로나로 격리 대상이 되면 어쩌지? 우리가 이사할 집에 사시는 분이 코로나 확진이 되면? 우리 집에 이사 올 분이 확진될 수도 있잖아. 공인중개사는 괜찮으실까? 아, 이사업체 분들도 있구나.’
나의 이사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걸려 있는 줄은 몰랐다. 만약, 이들 중 한 명이라도 코로나 확진이 된다면, 나는 이사를 할 수 없는 걸까. 저렴한 이사, 깔끔한 이사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무사히 이사를 완료하는 게 내 목표였다.
이사하면 만나기 어려워질 사람들에겐 전화나 문자로 이사 소식을 전했다. 이사 가기 전에 밥 한번 먹어야 할 텐데,라고 말은 하면서도, 선뜻 약속을 잡지 못했다. 집들이도 옛말이었다. ‘이사 가서도 보면 되지. 나중에 보자.’, ‘코로나 잠잠해지면 한 번 놀러 와.’ 그렇게 약속을 미루었다.
마침내 이사 당일이 됐다. 이사업체 분들이 집으로 들어오셨다. 모두가 마스크를 장착하고 있었다. 그런데 무거운 가구들을 몇 차례 옮기다 보니 이내 숨이 차신 듯했다. 차마 마스크를 벗지는 못하고, 구석에서 마스크를 내린 채 숨을 모아 쉬시는 걸 보았다. 그냥 마스크 쓰고 서 있는 것도 힘든데, 짐까지 더해지면 얼마나 힘들까 싶었다. 좀 더 편하게 일하시라고 자리를 피해 드렸다.
전화가 울렸다. 전자제품 업체다. 별도 설치가 필요한 제품이 있어 이전 설치를 예약해두었었다. 수화기 너머로 머뭇거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저, 오늘 방문하기로 한 기사님이 코로나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서요. 다른 기사분이 가게 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일이 아니었다. 코로나는 누구의 잘못이 아니니까. 서둘러 괜찮다고 답을 했다.
코로나로 인해 이사가 더 힘들었다. 그래도 무사히 이사를 마쳤다. 이 상황에 적응하고, 각자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분들 덕분이리라. “이사한 집에서는 더 행복한 일들이 많으실 거예요”라고 건네주신 말이 기억난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새로운 이 집에서 코로나 종식 소식을 들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