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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찹쌀떡 Aug 06. 2020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고민

나는 고민이 많은 편이다. 고민의 사전적 정의가 '마음속으로 괴로워하고 애를 태움'이던데, 나는 뭘 먹을까, 뭘 살까, 뭘 먼저 할까 등도 다 고민의 범주에 넣으니 심각한 고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은 고민들은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골똘히 생각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답을 찾기도 하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사실 나에게 뭔가를 생각한다는 즐거운 일이다. 작은 고민거리를 안고 산책길을 나설 때면 나도 모르게 흥얼거림이 나올 때도 있다. '산책길이 심심하진 않겠구나, 답을 내고 와야지~'(물론 생각이 저 멀리 삼천포로 빠져서 오는 날이 더 많다는 게 함정^^;)

하지만 나에게도 큰 고민은 버겁다. 특히 발생하지 않았는데 발생할 것 같은 일. 차라리 발생한 일이라면 그 순간은 너무 괴롭겠지만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데, 발생하지 않은 일이라면 커다란 불안감부터 발생할 것 같은 상황의 경우의 수, 그 상황에 따른 플랜 A-1, A-2, B-1, B-2를 다 생각하느라 머리가 터져나갈 것만 같다.




월요일 오후에도 그럴 만한 일이 있었다. 누군가 나에게 그럴 수 있다는 상황을 알려주었다. 사실 모르는 게 마음은 편할 수도 있었을 텐데, 상대방은 나름 배려(?)라고 알려준 듯했다. 그러자 나의 폭풍 같은 고민이 시작되었다. 퇴근한 남편에게도 상황을 알렸더니 남편도 저녁밥을 먹는 내내 마음이 무거워 보였다.

저녁을 먹고 아이들과 슈퍼를 다녀오는데, 남편의 뒷모습을 보니 뭔가 짐을 얹어준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이들은 신나서 깔깔거리는데, 우리 부부만 축 처져있는 느낌이었다. 슬며시 남편에게 가서 이야기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아직 일어난 일도 아니잖아? 그리고 어떤 상황이든 잘 할 거고 잘 될 거야. 그때 가서 대응 방안을 찾아봐야지. 너무 마음 쓰지 말자."

남편이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냥 현재에 충실하자고 했다. 걱정하는 일의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도 있잖아? 하면서. 물론 말처럼 다 쉽겠냐마는... 남편에게 건넨 이야기는 사실 나에게 해 주고 싶었던 말이기도 하다. 지금도 계속 그 고민을 곱씹고 있으니 이렇게 불안함을 털어놓는 글을 쓰고 있겠지.(후..)

그래도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나의 잘못도 아닌 일에 대해서,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에 대해서 적당한 생각은 좋지만 너무 지나친 고민은 하지 말자. 인생사 새옹지마라는데 어찌 될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는 다 알 수 없는 일이다. 오늘 하루도 소중하게 살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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