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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찹쌀떡 Aug 27. 2020

내가 자격증 시험을 보는 이유

나에게는 몇 개의 자격증이 있다. 그 중 세 가지 - 정보처리기사, 사회조사분석사, 빅데이터준전문가(ADsP) - 는 그나마 최근에 취득한 자격증이기도 하고, 아이를 낳고 취득한 자격증들이기도 하다.


위의 자격증들은 시험이 그다지 어려운 편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처리기사는 두 차례 낙방 후 붙었으며, 다른 자격증도 높은 점수를 받진 못했다. 공부 외에도 일, 육아 등 신경 쓸 일이 많아 공부에만 집중할 수 없었던 거라고 핑계를 대본다.


"자격증 왜 따는 거야?"


일부러 말하진 않지만 어쩌다 주변에서 내가 자격증 딴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럼 대개 그 자격증을 왜 딴 건지, 필요한 건지를 물어본다.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은 돈을 목적으로 땄다. 내가 근무 중인 회사는 직무 관련 기사 수당이 있다. 기사는 월 5만 원, 산업기사는 3만 원이던가. 입사 초기, 이런저런 기사 시험을 몇 번 신청했었지만 공부가 너무 하기 싫어서 몇 번이나 시험을 취소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다 보니 월 5만 원이 얼마나 큰돈인지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이제라도 기사 자격증을 따겠노라 다짐하고 주변 동료들에게 그나마 만만한 기사를 추천해달라 했더니 대부분 정보처리기사를 추천해 줬다. 온전히 수당을 목적으로 딴 자격증이었지만 생각 외로 훗날 업무와 다른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쨌든 매달 두 번 정도 먹는 치킨은 이 자격증 덕분이라 믿고 있다.


사회조사분석사, 빅데이터준전문가(ADsP) 자격증은 자격여부보다 공부를 목적으로 땄다. 둘 다 통계 분야 자격증이라고 할 수 있는데, 통계 분야 지식을 쌓고 싶어서 도전했다. 사실 내 학부 때 전공은 통계학이다. 그러나 회사에 입사하면서 학생 때 배웠던 지식은 야금야금 잊혀지더니 정말 홀랑 다 까먹어버렸다. 주변에서 기초적인 것만 물어도 대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자, 스스로가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통계 분야를 다시 배운다는 생각으로 시험을 쳤다.


그래서 '공부하려고 땄어요' 하고 어물쩍 대답하면 그냥 공부만 하면 될 것을 왜 자격증 시험을 보냐고 물어오는 경우가 있다. 자격증은 스펙일 뿐 깊이 있는 진정한 공부가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실 나도 어느 정도는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자격증 시험을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목표의식이 생긴다.

전에 한자 학습지를 하면서 느낀 건데, 그냥 학습지만 풀었더니 복습도 안 하고 남는 게 없었다. 그리고 강한 의지가 아니라면 공부를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떨어진달까. 자격증 시험을 신청하게 되면 '일단 자격증을 따자'는 목표가 생기고, 이에 맞춰서 공부를 하게 되는 것 같다.


2. 전반적으로 내용을 훑고 숙지할 수 있다.

잘 모르는 분야를 공부하다 보면 어떤 게 중요한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알아야 하는 건지 알기가 어렵다. 자격증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대부분 자격증은 그 분야의 전반적인 기초 지식을 필요로 한다. 이에 맞춰 전체적으로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3. 관련 지식이 있음을 입증하는 증거가 된다.

어쨌든 자격증은 내가 이 분야를 조금은 공부했고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명서이다. 지금 당장은 필요하지 않더라도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나는 경우엔 대학원에 지원할 때 자격증 내역을 적었다. 이직을 하거나 구직을 할 때에도 자격증은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4. 공부 분야와 범위가 확장될 수 있다.

사회조사분석사 공부를 하면서 요즘 통계 분야를 다룬 자격증은 없을까, 살펴보다가 ADsP 시험은 치게 되었다. 또 ADsP 시험을 준비하면서 찾아보니 ADP와 SQLD, 빅데이터분석기사(올해 말 첫 시행 예정) 등 관련 시험 정보도 접하게 되었다. 이러면서 공부 분야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5. 스스로가 기특하다.(자기만족!)

단순하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이유인 것 같다. 시험을 치고 일정 기준을 넘어서 합격증을 받으면 기분이 정말 좋다. 아이들이 잠들고 짬짬이 공부했던 시간들을 보상받는 기분이 든다. 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공부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록 내가 친 자격증 시험들이 어렵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의 시간과 노력을 떼어서 공부에 투자한 스스로가 대견했다. 어릴 적 신체검사를 받고 자란 키를 확인하는 것처럼, 자격증들은 내 공부가 조금씩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위와 같은 이유들로 나는 앞으로도 자격증 시험을 보게 될 것 같다. 물론 남들보다 속도도 많이 느리고 때로는 불합격의 고배도 마시겠지만, 그래도 그 과정 하나하나가 추억이지 않을까. 자격증 유무의 결과만큼이나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도 참 의미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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