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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찹쌀떡 Sep 24. 2020

네트워크를 확장해야 할까?

최근에 회사를 통해 여성 리더 교육을 들었다. 사실 여성만을 분리하여하는 교육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 아니다. 게다가 여성 리더십이라니. 교육안내를 받고 '이거야말로 남성, 여성 리더는 다르다고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 아닌가!' 하며 툴툴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은 뭐든 배울 게 있다는 생각을 하는 편이라 기대가 되기도 했다.


교육은 ZOOM을 통해 2일간 진행되었는데 생각보다 일정이 빡빡해서 힘들었다. 실시간으로 계속 얼굴도 비춰야 하고 조별 활동도 여러 차례 있었다. 책상 앞에만 앉아있었더니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붓고ㅠㅠ


그래도 교육을 통해 다른 조직에 속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내 조직에서의 사람들과는 공감대가 있어서 좋지만, 또 다른 조직의 사람들을 만날 때면 새로운 세상을 접하는 것 같아 설렌다.


교육기간 중 가장 인상에 남았던 부분은 '네트워킹'이었다.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 자가 진단을 했는데 나의 경우 네트워킹 능력이 부족하다고 나왔다.


나의 네트워크 관계는 협소한 편이다. 특히 회사 내에서는 더 심하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은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깊은 관계가 있다는 점이랄까. 발이 넓은 편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서 말을 꺼내기도 어려워한다. 괜히 나서서 먼저 이야기했다가 '쟤 무슨 오지랖이니' 시선을 받고 싶지도 않고,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까 봐 두렵기도 하다. 그리고 누군가와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이 좋을 수도 있지만 때로는 나를 너무 힘들게 하기도 하니까.


그런데 이 네트워킹은 많은 여성 리더에게 부족한 부분이라고 한다. 실제로 우리 조 팀원분들, 다른 교육 수강생들도 네트워킹을 부족한 점으로 꼽았다. 강사님은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이 부분을 등한시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셨다. 게다가 이미 관리자 역할을 하고 계신 분들과 퇴직을 앞둔 분들이 이 부분에 대해 중요성을 강조하셔서 더 솔깃해졌다.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것이 정말 내 인생에 도움이 될까? 회사의 동료들과 내가 만날 누군가가 나와의 네트워크를 원할까?


이런 고민과 생각을 한 건 나만이 아니었나 보다. 교육 중 우리 조는 조별 과제를 하는 동안 사적인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수업이 끝날 무렵, 누군가가 이렇게 온라인으로 만난 것도 인연인데 서로 네트워크를 확장해보자며 단톡방을 제안했다.


사실 나에겐 이런 단톡방들이 몇 개 있다. 보통은 '직접 만나고 밥 먹는 사이'끼리만 방을 만들었는데, 이제는 대면한 적은 없어도 어떤 주제와 목적을 가진 방들이 점점 늘어난다. 솔직히 이런 단톡방에 들어갈 때마다 '깊고 오래가지 못할 일시적인 관계'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데 문득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솟아올랐다.


생각해보면 나의 인간관계도 그런 부분을 반영하고 있다. 대학 때 4년 동안 같이 수업을 들었던 같은 과 친구들보다, 1학년 때 딱 한 번 팀플에서 만난 다른 과 친구들이 아직까지 매년 생일을 챙겨주며 지내는 인연이 되어있다. 동아리 활동 기간 동안 별 교류 없이 지내다가, 그 친구가 동아리를 탈퇴하고 나서야 꾸준히 만나고 연락해서 지금까지 내가 어려울 때마다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친구도 있다.


사실 네트워킹에 대해서 많은 노력을 해 본 적도 없고, 특히 네트워크를 넓힌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좀 내 네트워크를 되돌아봐야 할 때인 것 같다. '도움이 되나 안 되나' 계산기를 두드려보겠다는 게 아니라, 우연히 만났거나 소소한 인연들이 나중에는 내 삶의 큰 행복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여기저기 소속되는 것을 너무 거부하지도 말고, 소극적으로 참여하던 모습에서 먼저 연락도 해 보고 말이다.


생각해보면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부끄러웠던 기억보다, 더 연락하고 지낼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인연들이 많다. 사람이 한 번에 바뀌긴 쉽지 않겠지만, 조금씩 노력해봐야겠다. 혹시 모르지, 10년 뒤 소중한 인연들은 지금 이맘때 대면 대면한 사이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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