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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찹쌀떡 Sep 21. 2020

회사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다

예전에 회사에서 내가 하지 않은 일인데 내가 했다고 오해받은 적이 있다. 어느 날 저녁, 친한 상사분이 연락이 왔다. "00아, 내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말이야. 정말 네가 한 일 맞니?" 내용을 들으니 나는 금시초문인 이야기였다. 황당해서 바로 아니라고 해명을 했다. 그분도 알겠다고 하셨지만...


 ''나는 널 믿지만 분명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어.''라고 덧붙이셨다.


그리고 한참 뒤에 어쩌다 그 소문을 믿는 누군가들의 존재를 알게 됐다. 아니, 내가 아는 누군가는 극히 일부다. 분명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울컥, 억울함이 몰려왔다. 내가 한 일이 아닌데 누가 그런 소문을 냈으며, 그걸 믿는다는 게 너무 황당하고 속상했다. 나는 한 동안 저 사람도 그걸 알까? 그걸 믿을까? 하며 회사 사람들을 의심하며 지냈다. 어렴풋이 그 근원을 알게 되었지만 확실하진 않았다. 추궁한다 해도 이미 퍼진 소문은 어쩔 수가 없었다. 잘못된 기사가 정정기사가 난다 해도 사람들은 정정기사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아직도 문득 그때의 일이 생각나면 울컥한다. '아직도 날 보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지? 그래, 최소한 나는 절대 누군가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지. 직접 보고 들은 일이 아니라면 성급히 확신하고 단언하지 말아야지.' 그렇게 결론을 내린다.


그런데 또다시 억울하다. 나는 남들을 배려하는데, 나의 이 상처는 어디에서 누구에게 어떻게 보상받지? 나는 언제쯤이면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


어느 날은 그 생각으로 하루 종일 사로잡혀 있다가 이 억울함을 온라인 공간모호하게나마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한 이웃분이 이런 댓글을 남겨주셨다.


약한 자는 복수하고 강한 자는 용서한다. 그러나 현명한 자는 무시한다.
Ignore Them. Just be yourself.


이 말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내 다이어리에 적어두었다. 그 이후 나는 그 일이 떠오를 때면 다이어리를 펼쳐 이 문구를 다시 한번 되뇌어 본다. 울컥 올라오려던 감정이 스르르 흩어진다. 전처럼 그 일에 대한 생각을 길게 하지도 않는다.


살다 보면 누구나 억울한 일을 당할 수 있다. 내 목소리를 내서 오해와 잘못을 바로 잡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때로는 누구의 잘못인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를 때가 있다. 그럴 땐 그 일을 자꾸 곱씹는 것보다 깔끔하게 무시해 주는 것도 방법인 것 같다. 나는 현명하니까!


그런데 그 기억이 정말 무시되고 사라질 수 있을까? 나는 다시 다짐해본다. 내 머릿속에 더 즐겁고 행복한 기억들을 꽉꽉 채워주자고. 그래서 그 기억의 공간이 눌리고 또 눌려서 아주 작아지도록, 그래서 나중엔 흔적조차 없어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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