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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찹쌀떡 Sep 10. 2020

누군가의 퇴사 연락을 받으며 드는 생각


"과장님, 저 퇴사해요."


예전에 나와 사업을 같이 하던 업체 담당자가 연락이 왔다. '잘 지내세요?' 안부를 건네니 잠시 뜸을 들이더니 본인의 퇴사 소식을 전해온다. 몸이 안 좋아서 그만둔다고 했다. 야무지고 깔끔하게 일을 잘하던 담당자라서 못내 아쉽기만 했다. 나도 이렇게 아쉬운데, 업체에서는 더욱 놓치기 싫었을 것이다. 안 그래도 아직 사표 수리가 안 되고 있다고 했다.


같이 일하던 업체에서 퇴사 연락을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함께 하던 사업이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종종 연락들을 주신다. 대부분 같이 일하는 동안 일을 정말 잘하셨던 분들이다. 나와(우리 회사와) 일을 하는 동안 요구 사항들과 빡빡한 일정으로 고생이 많으셨을 텐데, 힘들었던 기억보다도 감사한 마음을 먼저 이야기하시면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일로써 만난 사이고 정말 일로만 만난 사이지만, 그 과정에서도 서로 마음을 주고받게 되나 보다. 같은 회사 직원도 아닌데, 이상하게 더 마음이 간다. 나는 상급자도 아닌 일개 직원일 뿐인데, 정말 내가 생각나서 전화하신 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 전화를 받고 난 날이면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분명 얼마 전 일이 즐겁지 않다고, 하기 싫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럴 때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같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드리고 싶다. 지금도 함께 일하는 업체의 직원분들이 있는데 코로나와 개인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참 열심히들 하신다. 나를 뒤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끌어주고, 옆에서 함께 달려주는 사람들 덕분에 일할 맛이 난다.


연락이 오신 전 담당자에게는 좋은 소식이 있으면 꼭 알려달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인사치레가 아니라 진심이다. 그런 분들은 다 잘 됐으면 좋겠다. 워낙 일도 잘하시고 마음 씀씀이도 예쁘셔서 어디 가서든 잘하시겠지만. 나중에 우연찮게 다시 만나면 너무 반가울 것 같다. 저도 그때까지 부끄럽지 않게 성실히, 잘 살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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