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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찹쌀떡 Oct 24. 2020

누군가가 불편할 때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말을 직접 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말투, 행동, 표정 등에서 그걸 읽어낼 수 있다. 하다못해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공간에서마저도 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차라리 명확한 사유로 그 사람과 어긋났을 경우엔 괜찮은데, 딱히 큰 이유 없이 미움을 받는 게 느껴지면 나는 그 상황과 그 사람이 불편해진다.


초반엔 내가 괜히 확대 해석하는 건가? 과민 반응하는 걸까? 고민했다. 주변 사람들도 '네 기분 탓이야'라고 했다. 그런데 점차 '어라? 아까 너한테만 왜 그러는 거야?' 하고 나에게 반문한다. 반복되는 상황에 나는 결론을 내린다. "저 사람, 나 싫어해."


그런 상황에 태연할 수 있는 스타일이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하니 더 힘들다. 자주 마주치는 사이면 힘듦의 빈도와 강도는 높아진다. 어느새 상대가 날 미워한다는 사실보다 상처 받고 신경 쓰는 나 자신이 나를 더 버겁게 한다. 화살의 촉은 상대방에서 나에게 돌아온다.


'저 사람 왜 그러지? 내가 뭘 잘못했나? 아무리 봐도 큰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 저한테 불만 있으세요 물어볼 수도 없고.'


'나 왜 이래? 왜 이렇게 신경 쓰는 거야?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할 수는 없는 거잖아. 나도 모든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신경 쓰지 말자.'


'이런 경우가 여러 번이네. 나한테 문제가 있나? 내가 문제 있는 사람인가? 나름 열심히, 착하게 살고 있는데. 왜 저런 사람들이 생길까? 내 성격이 문제인가...'


이렇게 동굴을 파다가 퍼뜩 정신이 든다. '관두자. 누구 좋으라고 날 이렇게 괴롭히는 거야.'  내 잘못이라면 정중하고 최선을 다해 사과하면 된다. 하지만 이건 내 잘못이 아닌 거다. 누군가가 그냥 날 싫어할 수도 있는 거다. 그러니 상대방의 잘못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냥 그럴 수 있는 거라고 인정하고 넘어가면 된다. 그러니 이렇게 날 괴롭히지 말자.


말은 이렇게 하지만 행동이 따라가지 못할 때가 있다. 작년 이 맘때쯤인가, 내가 인사를 건네도 대답조차 하지 않고, 신나게 얘기하다가도 나만 보면 입을 다물어버리는 직원이 있었다. 불가피하게 나와 말을 해야 될 때면 공격 태세를 갖추고 날이 선 말들을 내뱉곤 했다. 큰 맘 먹고 이유를 물을라치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행동해서 나를 더 힘들게 했다.


그 직원과 유난히 접점이 많았던 날,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긴장이 풀리면서 눈물이 쏟아졌다. 급히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걸어 잠갔다. 이런 모습을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 사람 때문에 운다는 사실에 화가 나고, 울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하기도 했다.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요즘도 불편한 누군가가 있다. 그리고 난 여지없이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니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고민을 하고 있겠지.) 과거의 경험이 현재와 미래를 위한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하면서 예전의 사례를 떠올려 보았다.


그냥 갑자기 사이가 확 좋아진 경우도 있었고, 더 나아가 둘도 없는 끈끈한 선후배 관계가 되기도 했다. 만나는 일이 적어지면서 그 상황이 잊어버리기도 했고, 아니면 그 상황이 너무 불편해서 내가 그 관계를 끊어버린 경우도 있었다.


어쨌든 희망적인 사실은 그때의 불편한 상황들과 사람들이 그때만큼 날 힘들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새로운 불편함이 등장할 뿐..ㅠㅠ)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해결책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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