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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찹쌀떡 Nov 04. 2020

열심히 하는 것과 잘하는 것

가끔 두 가지 종류의 칭찬을 받는다.


"정말 열심히 하시네요."

"정말 잘하시네요."


둘 다 좋은 칭찬이지만, 둘 중 어떤 칭찬이 더 좋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후자를 택할 것이다. 나는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하는 거니까.


얼마 전에도 어떤 프로젝트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평을 받았다. 기분이 정말 좋았는데, 뭔가 아쉬운 기분도 들었다. 왜냐면 '정말 잘하는 사람'이라는 칭찬은 다른 누군가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그 사람이 훨씬 잘했기 때문에 이견은 없었지만, 나는 역시 잘한다는 평을 받긴 부족하구나 생각에 좀 씁쓸했다.


며칠이 지나고 문득 내가 잘하는 일은 없나? 하면서 내가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경우는 언제인지를 떠올렸다. 어릴 때 했던 운동, 회사에서 칭찬받았던 순간, 아이들을 키우며 주변에서 들었던 말들... 그 순간들을 곱씹어 보니 처음부터 잘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다 열심히 한 일들, 오랜 시간 한 분야들에서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다. 


그렇구나, '정말 잘한다'라는 칭찬을 듣고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정말 열심히 한다'라는 단계가 필수적인 거였다. 분명 잘한다는 평을 받은 그분도 열심히 하는 시간을 거쳐왔을 것이다. 열심히 하는 게 반복되고, 그런 시간들이 쌓이면서 누가 봐도 잘한다는 단계까지 올라선 거겠지.


뭔가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정말 열심히 한 일이었는데 누군가 그 열심(熱心)을 알아봐 주었다는 게 기뻤다. 그리고 내 노력을 인정받았다는 건 전보다 잘한다는 목표지점에 좀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의 방증이기도 했다.


반면 큰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아주 드물게 이런 칭찬들을 듣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잘한다는 말보다 열심히 한다는 칭찬이 유독 민망하게 느껴진다. 왠지 운이 좋아서 얻어진 결과를 '열심'과 동일선상에 두면 '진짜 노력'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앞으로 뭔가를 잘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해보려고 한다. 처음부터 잘할 자신은 없지만, 열심히 하는 건 (그나마)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래서 나중에 열심히 한다는 말이 잘한다는 말로 바뀐다면, 정말 보람되고 기쁠 것 같다. 그때는 떳떳한 마음으로 잘했다는 결과를 맘껏 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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