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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찹쌀떡 Oct 30. 2020

돕자, 그래서 같이 살자

엊그제 온라인으로 대학원 수업을 듣던 중 생긴 일이다.


평일 저녁 7시 수업이고 수업도 빡세서 그런지 온라인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지쳐있는 게 느껴진다. 나 또한 퇴근하자마자 급히 밥을 말아먹고 책상 앞에 앉았다. 교수님이 질문을 해도 사람들이 별 반응이 없다. 그러자 교수님이 갑자기 선전포고를 하셨다.


"요즘 유난히 수업 참여도가 저조한데, 앞으로 호명하여 대답을 시키겠습니다."


이런. 중고등학생도 아니고 출석부를 불러서 시킨다니. 갑자기 긴장이 되었다. 곧 사람들의 이름이 불리기 시작했다. 초반에 불린 사람들은 미처 준비를 못 했는지 한참 뜸을 들인 뒤에야 질문에 답을 했다. 잘 모르는 분야라 나름 배워보겠다고 수강 신청한 건데, 대략 난감이다. 동기 원우들이 있는 단톡 방에도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교수님이 질문을 하면 호명되지 않은 사람들이 채팅창에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대답하는 인원은 1~2명에서 10명까지 쑥쑥 불어났다. 틀린 답이든, 맞는 답이든 사람들이 열심히 목소리를 냈다. 짹짹짹 함께 외쳐대는 아기 새들처럼, 적극적인 학생들의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나도 어느새 중간중간 대답에 함께 참여했다. 그리고 교수님은 호명을 멈추셨다.


처음 교수님이 호명한다고 하셨을 때, 긴장하며 '제발 나만 걸리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했다. 아마 다른 학생들도 나와 비슷했을 것이다. 그런데 몇몇 학생들이 그 생각을 바꾸었다. '누군가 대답한다면 호명해서 시키지 않겠지?' 그리고 그 생각은 전이되어 '아, 여러 학생이 대답하면 누군가 특정해서 시키지 않겠구나!'를 느끼게 만들었다.


평소라면 그냥 별생각 없이 웃고 넘겼을 텐데, 이상하게 그 상황에 마음에 와닿았다. 최근 경쟁하는 상황들과 이기적인 사람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다. 나도 모르게 사람에 대한 의심과 미움을 품고 지냈다. 그런데 문득 '사람들 참 착하네, 서로가 열심히 하네' 하는 생각들이 들면서 마음이 누그러졌다.


살면서 겪는 일들에도 이 사례를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칼을 겨누면 상대도 칼을 겨누는 법이다. 반대로 내가 손을 내밀면 상대도 손을 내밀 확률이 크겠지. 그래, 나도 좀 마음을 고쳐먹어야겠다. '나만 아니면 돼, 일단 나부터 살고 보자'라는 생각에서 '돕자, 그래서 같이 살자'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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