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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찹쌀떡 Dec 22. 2020

나만의 역술가를 만나다

2021년 신년운세는 어떨까요

새해가 가까워지면 매년 행하던 일이 있다. 바로 신년 운세를 보는 것! 이상하게 새해에는 엄청난 일이 생길 것 마냥 두근거린다. 고등학생 때는 엄마를 통해 용하다는 점집에서 합격할 대학을 물어도 봤고(참고로 그 학교는 가지 못했다. 물론 덕분에 목표를 설정하고 공부를 한 것으로 위안을... ), 대학생 때는 친구들과 함께 학교 근처 여러 사주카페를 전전하기도 했다.


어느 날은 엄마가 사주를 보고 오셨는데 한참 동안 말을 안 해주시는 거다. 궁금해서 계속 말해달라고 재촉했더니 조심스레 입을 여셨다. "너는 100을 노력해도 80밖에 받지 못한다더라..."  


아마 내가 실망할 거라고 예상하셨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뭔가 콱 막혔던 문제가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아, 그래서 열심히 해도 결과가 아쉬웠던 거구나.' 그때의 사주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나는 100점을 받으려면 남들보다 더, 125%의 노력을 해야 하는 사람이야!라고 인정하며 살고 있다.


물론 사주를 열심히 본다고 해서 그걸 다 맹신하지는 않는다. 이미 수차례 다 맞는 게 아님을 몸소 증명해 왔기 때문이다. 삶은 나 자신도, 사주도 예측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곤 했다. 특히 얼추 들어맞던 역술가도 나의 변덕과 심경의 변화까지는 맞추지 못했다. 그래도 좋은 운세는 그 해의 희망이 되었고, 나쁜 사주는 위험을 예방하고 조심하라는 조언이 되어주었다. 보통은 듣고 싶은 것만 취사선택을 하는 편이었으므로 새해 운세는 연초의 나의 설렘과 기대를 반영했다. 


그런데 대학, 취업, 결혼, 출산 등 나름 인생의 굵직굵직한 터닝포인트를 지나오면서 사주를 볼 때 크게 궁금했던 부분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저 언제 결혼할까요?' , '저 올해 취직할까요?' 보다 '어디에 집을 사면 오를까요?', '코로나는 언제 끝날까요?'가 내 관심사항이 되어버렸다. 이는 운세를 봐도 딱히 답이 없는 문제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미래를 점쳐보던 신년 운세에 관심을 두지 않게 된 것 같다.


그러던 중 3년 전 쓴 일기를 읽게 됐다. 일기장에는 내가 원하는 일들이 적혀있었다. 그중 절반 이상이 이루어져 있었는데, 신기한 것은 가능할 법한 일이 무산되기도 했고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하며 적었던 일이 이루어져 있었던 점이었다. 예측률은 50% 수준으로 낮았지만, 좋은 것들만 맞았으니 기분이 좋았다. 흐흐, 내가 나의 점쟁이네.


그래서 올해는 나만의 역술가인 나에게 새해 운세를 보기로 했다. 얼핏 보면 새해 목표 세우기와 비슷해 보이는데 다소 차이가 있다. 새해 목표가 해야 할 일이라면, 새해 운세는 원하는 일이다. 게다가 나만의 역술가는 돈도 받지 않고, 나쁜 이야기는 쏙 빼고 좋은 이야기만 해줄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나만의 역술가를 만나야지. 2021년에는 적중률이 얼마나 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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