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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찹쌀떡 Dec 25. 2020

승진이 뭐 별거냐?

직장인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승진

얼마 전 회사에 승진인사가 있었다. 나는 올해 대상이 아니라서 마음이 편했는데, 주변 동료들이 있다 보니 아예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었다. 승진 발표가 날 거라고 공지된 당일에는 업무 중간중간에 사내 게시판 새로고침을 눌러보았다. 아마 회사 내 다른 사람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으리라.


오후 늦게 승진자 명단이 떴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그렇게 기대해 놓고 막상 승진인사를 보면 헛헛한 기분이 몰려온다. 물론 나름의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하는 것이고, 그중에는 마땅히 축하받아야 할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대체 이 사람이 왜?' 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 누가 봐도 열심히 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외면받아 명단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올해는 유독 명단에 없는 사람들 때문에 신경이 쓰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아, 정말 너무하네. 내가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억울함이 밀려왔다.


어쨌든 축하받을 사람은 축하해 주어야지. 명단을 보면서 축하 문자를 보냈다. 대부분은 진심으로 축하하고 내 일처럼 기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한 사람은 선뜻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그렇게 끝까지 망설이다 문자를 보내긴 했다. 안 보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사이라서. 나는 가끔씩 내가 직장인이구나, 어른이구나를 느낄 때가 있는데 바로 이럴 때다. 흠흠, 이건 가식이 아니라 직장인의 태도라고 해두자.


사실 정말로 연락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명단에 있어야 하지만 없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 사람들에게는 그 당일에는 연락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당사자들이 속상하고 괴로울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승진이 별거 아니라 하면서도 참으로 별거다.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같은 공간에서 누군가는 축하를 받고 누군가는 속상해도 티를 내지 않으려 참는 게 보인다. 몇몇은 겸연쩍게, 몇몇은 소탈하게 웃는다. 다 같이 웃어도 웃음의 의미는 제각각이다.


아쉽게 미끄러지거나 밀린 분들에게 진심으로 응원을 전하고 싶다. (직접 말을 못 하겠지만) 이번 명단엔 없었어도 내 마음속 명단에는 이미 수십 번 오르고도 남았다고. 승진보다도 기쁘고 행복한 일들이 가득가득하실 거라고. 그리고 1년 뒤 명단에서는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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