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번 학기가 종강했다. 사실 수업과 시험은 지난주에 끝났는데, 성적이 안 나온 상태여서 뭔가 끝났다고 말하기가 찜찜했다. 대학원은 어느 정도 성적을 잘 준다고 들었는데, 내가 다니는 대학원은 상대평가와 쿼터를 고수하고 있어서 좀 걱정이 됐다.
걱정했던 것보다 괜찮은 성적을 받아서 한시름 덜었다. 대학원을 회사 지원을 받아서 다니고 있는데, 지원금을 받으려면 일정 성적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수업도, 시험도, 성적 발표까지 끝났으므로 이번 학기도 끝났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대부분의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코로나가 진정되면 일부 수업은 오프라인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지만, 코로나가 심각해짐에 따라 그 계획은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운전을 부담스러워하는 나였으므로'모든 강의가 온라인이라니! 위기가 기회다.'라는 생각에 다른 사람보다 많은 과목을 수강했다. 책상 앞에 앉는 시간이 많아졌고, 책상에는 노트북과 함께 커피, 음료수, 과자들이 쌓여만 갔다. 덕분에 체중도 늘었다.
사실 이번 학기는 지난 학기와 달리 관심 있는 분야의 수업이 거의 없었다. 좋아하던 교수님들은 학교를 옮기셨거나 강의를 개설하지 않으셨다. 울며 겨자 먹기로 정말 시간대만 보고 수업을 들었는데, 한 달쯤 지나니 후회가 몰려왔다. 관심이 없으니 재미가 없었고, 온라인 강의라 집중이 잘 안되기도 했다. 내가 싫어하는 스타일의 과제와 시험들도 한몫했다.
직장인+워킹맘+대학원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쏟아져 나오는 과제, 팀플, 시험을 챙기기 위해서 다이어리를 쓰고 매일 체크를 했다. 휴대폰 어플로도 써봤는데 한눈에 보고 편하게 뒤적거리기에는 손으로 쓰는 다이어리 만한 게 없는 것 같다. 개인과 회사 업무는 분리하고 싶어서 회사 일은 딱 회사 다이어리에, 대학원을 포함한 업무 외 일정은 개인 다이어리에만 적고 확인했다.
대부분의 강의자료는 태블릿 PC에 넣고 필기를 하는데, 이번 학기엔 손으로 직접 풀고 풀이 과정을 사진을 찍어 제출해야 하는 수업이 포함되어 있었다. 원래는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문제에 적용해서 풀어야 하는데, 시간에 쫓겨 문제에 맞는 맞는 내용을 찾아서 풀다 보니 과제, 시험 준비를 하다 보면 항상 책상 위가 엉망이었다.
(좌) 대학원 과제를 정리한 스케줄러 / (우) 기말고사 전날 엉망인 책상
그래도 시간을 되돌린다면 나는 똑같은 과목들을 수강신청했을 것이다. 당시의 선택이 나에겐 최선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남들과 다른 흥미와 이해도를 가졌지만, 그래도 겉핥기식으로나마 무엇인가를 배운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그래, 이런 기회가 아니었다면 이런 (관심 없는) 분야를 쳐다도 보지 않았을 거야.
사실 이번 학기의 가장 큰 고충은 영어였다. 매주 영어 논문과 케이스를 읽는 수업들이 있었다. 내가 잘 모르는 내용을 영어로 읽는 것도 힘든데 이를 요약해서 전달(발표)하는 과정에서 애를 먹었다. 처음엔 답답하고 속상하다가 나중에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족하면 해야 한다. 학기 중에는 일단 끝내는 게 급선무니까 방학을 하면 좀 더 제대로 해보자. 하다 보면 늘겠지.
그렇게 대학원 방학만 하면 영어 공부를 해야지, 전공 공부도 좀 더 해야지, 아니 일단 집안 대청소를 해야지, 애들이랑도 하루 종일 놀아줘야지, 하고 계획을 세웠건만 '종강이다! 방학이다!' 하는 그 순간 그런 알찬 계획은 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방학이란 학생의 건전한 심신의 발달을 위하여 실시하는 장기간의 휴가라 한다. 일단 방학이니 내 심신을 위해 당분간은 푹 쉬고 싶다.(이미 쉬고 있지만) 어릴 때나 지금이나 방학은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