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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찹쌀떡 Jan 19. 2021

공부를 글로 쓰기가 어려운 이유

배움에는 끝이 없고 나이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을 때, 학생 때와는 달리 제약 조건이 많았다. 회사에서 일하고, 퇴근하면 아이들을 봐야 했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나도 함께 곯아떨어졌다. '시간도 없고, 체력도 없는데 어떻게 공부를 하라는 거야?' 때로는 그런 상황에 화가 났고, 때로는 그런 상황을 탓하는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며 공부하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그런 사람들이 쓴 글을 열심히 찾아서 읽었다. 그중에는 타고난 머리와 재능이 있는 사람도 있었고, 공부를 위해 직장, 육아, 잠을 포기한 사람들도 있었다. '아, 이런 건 불가능한데….' 점점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글을 중심으로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샌가 나도 내 공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졌다. 그래, 공부에 대한 글을 쓰자.     


브런치 작가를 신청할 때도 공부에 관해서 쓰겠노라 작성했다. 내가 하는 공부, 내가 쓰고 싶었던 공부에 관해서 쓰는 것이니 소재만큼은 확보가 되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몇 편 쓰고 나니 그건 나의 오산이었다는 걸 금방 알게 되었다. 글재주를 떠나 공부를 글로 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매일 공부를 하면, 매일 쓸 거리가 있을 줄 알았다. '공부를 했더니 이런 결과가 있었어요'를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무언가를 공부할 때면, 책이 한 장씩 넘어가고, 챕터가 바뀌긴 하지만 커다란 변화는 없었다. 공부란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었다. 성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음, 아직은 성과가 없으니 과정이라도 공유해볼까? 그런데 그 과정이 상당히 지루했다. 내가 보기에도 별 볼 일 없고 지루한 과정을 누군가와 나누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내가 쓸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공부할수록 내 지식을 늘려가기보다는 나의 모름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이렇게 모르는 것 투성이라니 남들을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는 게 느껴진다. 게다가 그 분야에서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죽었다 깨도 못 할 것 같아서 겁을 먹고 단념하게 된다. 근데 막상 마음을 접자니 찝찝하고, 또 하자니 답답하고. 그렇게 뭘 해도 마음이 무거운 상태가 계속된다. 며칠 동안 책 한 장 안 들여다볼 때도 있다. 이렇게 무지하고 게으른 내가, 1~2년 깔짝깔짝 공부한 것 정도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했다니. 그런 나의 용기가 부끄러워지곤 한다.  


[한 우물이 아닌 여러 우물에 관심 있는 사람]       

  

흔히 공부 성공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보면 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많다. 다재다능한 사람도 많지만 일단 자신만의 한 우물을 탄탄하고 깊게 파 온 것이다. 그에 비해 나는 여기저기 관심을 가지고 발을 담가본다. 해야 할 일도 많지만 하고 싶은 일도 많다. 때로는 인생이 한 번 뿐이라는 게 아쉬울 정도다. 그래, 그럴 수 있지. 문제는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중구난방일 때가 많다. 나에겐 영어 공부가 필요하다고 계획을 세워 놓고는 어느 날은 중국어 강의를, 어느 날은 태국어 강의를, 어느 날은 일본어 강의를 들어본다. 전날에는 데이터 분석능력을 키운다고 컴퓨터로 코드를 짜다가, 다음 날에는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고 연필로 종이에 글을 쓴다.           



그래도 공부에 대해서 글을 쓰겠다는 다짐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나 같은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때로는 조금 배워놓고 소회를 풀어내는 사람도 있어야지. 때로는 여러 분야를 깔짝이다가 뭔가 하나 얻어걸리는 사람의 표본도 있어야지. 그리고 하루하루가 똑같아요, 하다가 이게 1년이 되고, 5년이 되고, 10년이 되니 뭔가 결과가 나오는 사람도 있어야지. 그렇게 소소하고, 이상하고, 느리지만 공부에 대한 기록은 계속될 예정이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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