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찹쌀떡 Aug 18. 2021

매일 한 시간씩 쓰다 보면


요즘 평일 새벽에 1시간씩 글을 쓰고 있다. 매일 글쓰기를 했던 몇몇 분들과 6시에 줌으로 만나 조용히 글만 쓴다. 사실 기회가 생겼을 때 많이 고민했다. 매일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 한 시간씩이나 글을 쓸 수 있을까. 귀한 새벽 시간을 한 시간씩이나 글쓰기에 내어줘야 한다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새벽에 일어나 내 시간을 가질 때면 책도 읽고, 산책도 하고, 공부도 하고…. 해야 할 일이 참 많았으니까.


멀리서 보기에 부지런해 보이는 나는 가까이서 보면 한없이 게으르다. 일하기 전 관련 문서를 다 쌓아놓고 일을 하는 건, 꼼꼼해서가 아니라 자료를 다시 꺼내오기가 귀찮아서다. 잠들기 한 시간 전부터 아이들 이불을 깔아 두는 건 철저해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빨리 누워있고 싶어서다. 그렇게 게으른 내가 1년 이상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 건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매일 글쓰기 모임 속에서 출석만은 하겠다는 작은 사명을 안고 하루에 몇 줄이라도 썼다.


매일 글쓰기 모임이 쉬는 기간이면 내 글도 쉬어가기 일쑤였다. 그래서 ‘7월엔 매일 글쓰기 모임을 쉽니다.’라는 소식에 아쉽기도 했지만 사실 홀가분하기도 했었다. 맘 편히 쉴 수 있는 ‘글쓰기 방학’이로구나! 그런데 방학식 하자마자 더 빡빡한 학원을 기웃거리는 상황이 되었다. 나보다 더 꾸준히, 더 성실하게 글 쓰는 분들이 있는 공간을 함께 공유하는 건 좋은 기회였다. 이렇게 할까 말까 고민될 땐 하는 게 답이다. 고민은 짧게 굵게. “저도 매일 새벽 글쓰기 하고 싶어요.”



그렇게 새벽 글쓰기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다는 심정으로 소회를 남겨본다. 일단 새벽에 일어나는 건 큰 무리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 수면시간을 줄이지 않고 일찍 눕는다. 원래도 주 3일 정도는 일찍 잠들었다면, 이제는 주 5일 일찍 잔다.


본격적인 운동 전에 준비운동을 하는 것처럼, 글쓰기 전에도 짧은 예열 시간을 가진다. 달달한 커피 우유 하나를 냉장고에서 꺼내온다.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휴대전화로는 줌을 켠다. 이미 나보다 먼저 접속해있는 분들이 보인다.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한글 창을 연다. 잔잔한 노래도 재생한다. 손가락을 키보드 위에 올린다. 그렇게 글을 써 내려간다.


물론 이 시간이 수월하게 흘러가는 건 아니다. 대뇌와 소뇌가 삐거덕거리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하고 싶은 말은 있는데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다. 한두 문장을 고치느라 대부분 시간을 쓸 때도 있다. 때론 ‘뭘 쓸까’에서 반 시간을 소모하기도 한다. 오늘이 그렇다. 이 글은 뭘 쓸지 고민하다가, 이 순간을 기록하자는 생각에 시작되었다.


글을 쓰다가 줌을 잠시 들여다본다. 키보드 위의 손가락들이 춤을 춘다. 나처럼 멈춰있는 손들도 보인다. 아마 나와 이유는 다를 듯하다. 나는 이렇게 딴짓을 하는 중이지만, 다른 분들은 다음을 어떻게 이어갈까, 어떤 단어를 내놓을까 고민 중이겠지.


6시에서 6시 반까지는 여유가 있다가도, 매번 6시 반 이후부터는 달려가는 느낌이 든다. 물론 내 글이 아니고 시간이. 어떻게 한 시간을 채울까, 하는 생각은 엄청난 기우였음을 깨닫는다. 7시가 되면 ‘이제 끝났구나’ 대신 ‘헉, 벌써 끝났어?’라는 생각이 먼저 머리를 스친다. 7시에는 오늘 쓴 문장 중에서 한 문장을 골라 낭독을 한다. 나의 순번은 대개 마지막이다. 다른 분들이 낭독하는 동안 어떤 문장을 읽어야 할까 급히 찾는다. 귀도 바쁘고 눈도 바쁘다.


한 시간이 모자라다. 그래서 7시가 넘어도 쓰다만 글을 부여잡고 끙끙거릴 때가 많다. 완성하는 글들도 있고, 완성하지 못하는 글들도 있다. 완성한 글들은 공개하기도 하고, 그냥 노트북 폴더 안에 고이 넣어두기도 한다. 그중에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글도 있다.



사실 글쓰기의 처음 시작은 목적이 뚜렷했다. 어떻게 사는지 기록하자, 하고 싶은 말을 하자. 다른 이에게 내 글이 읽힌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나도 글을 좀 잘 쓰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됐다. 누군가 글이 발전하려면 공개하는 글을 써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블로그에,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이번엔 다른 생각이 피어올랐다. 많이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


그 생각의 연결고리는 어느 순간 뚝 끊겼다. 이제는 글쓰기로 뭘 해보겠다, 뭘 하고 싶다는 생각이 사그라들었다. 못 쓰면 어때. 그냥 글 쓰는 자체가 작은 즐거움이 됐다. 어떤 기억이 퍼뜩 떠오르면 주변에 아무 종이나 집어 들어 메모를 한다. 아침에 일어나 노트북 앞에 앉는다. 잠시 시간이 나면 글쓰기 창을 연다. 그렇게 내 일상에서 평범한 일로 자리하고 있다.


귀한 시간을 글쓰기에 내어주어야 한다고 억울해했던 마음을 떠올려본다. 새벽 6시는 나에게 노른자와 같은 시간이지만 무언가 유지하기 어려운 시간이기도 했다. 글쓰기니까 내어준 것이고, 글쓰기니까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매일 한 시간씩 쓰다 보면 어떻게 될까? 좋은 성과가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래도 일단 해보기로 한다. 그러면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 말할 수 있겠지.

작가의 이전글 아이 둘 입덧을 되새기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