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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피오 Jan 22. 2017

[베트남/나짱]D8_중국+한류열풍

나짱에 8할은 중국인, 그리고 그들 속의 한류 열풍

숙소에 들어오니 슬슬 배가 고프다. 오늘은 바닷가에 왔으니 해산물을 한 번 먹어봐야겠다. 나짱 백팩 호스텔 친절한 직원의 안내를 받은 식당은 택시를 타고 10분 정도 가야 한다기에 쿨하게 패스하고 거리로 나왔다. 거리는 대충 러시아인 약간에 중국인 8할 이상이다. 식당들이 담합을 했는지 해산물의 가격은 큰 차이가 없다.


사람이 적당히 앉아있는 식당 앞에서 메뉴판을 보며 서성이자 어김없이 직원이 다가와서 친절하게 해산물을 하나하나 보여주며 신선도를 자랑한다. 랍스터를 먹을 생각이었지만 혼자 먹기에는 살짝 비싼 감이 있다. 새우와 오징어를 구경하며 얼마나 먹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약간 곱상하게 생긴 여성미 넘치는 남자 사장님이 직접 나오셔서 추가 서비스를 제안하신다. 


“새우 요만큼 사면 한 마리 더, 오징어 이거 사면 얼마 할인.”

“고마워. 그렇게 하자.”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면 바로 구워서 준단다.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앞자리의 중국인 모녀가 직원을 부른다. 뭐라 뭐라 말하니깐 직원이 카운터로 가서 아까 그 사장님과 대화를 나눈다. 사장님이 다시 중국인 모녀에게 다가와서 굉장히 정중하게 미안하지만 없다고 하니깐 중국인 딸이 오늘 어머니 생일이라며 꼭 구해달라고 한다.


‘뭘 부탁했지?’


라고 생각하는데, 본인만 믿으라고 말하고 사장님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곤 양초 하나를 구해왔다.


“최선을 다했는데 이것밖에 못 구했어.”


중국인 모녀가 활짝 웃으며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넨다. 그리곤 양초에 불을 붙이고 중국어로 생일 축하곡을 부른다. 노래가 끝날 무렵 사장님이 서비스라며 에이드 같은 음료 두 잔을 건넨다. 약간 장발의 홍석천 씨 느낌 나는 이 사장님의 서비스 정신이 참 마음에 든다.

보기만해도 향긋한 신선한 과일들

식사를 마치고 옐로 망고랑 드래건 아이를 사서 호스텔로 돌아왔다. 


리셉션에서 아까 식당을 소개해 준 여자 스텝이 저녁 어디서 먹었냐고 물어본다. 가까운 곳에서 먹었다고 하니 아까 소개해 준 식당이 저렴하고 맛있으니 다음엔 꼭 가보란다. 처음에는 본인의 친인척이나 호스텔과 연관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내면서 이 스텝의 친절함을 경험해보니 진짜로 저렴한 맛집을 소개해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꼭 가볼게!’


리셉션에 앉아서 과일을 먹고 있는데, 옆에 앉아있던 남자 청년이 말을 건다.


“Are you Korean?”

“응, 나 한국인이야.”

“그래? 나는 중국인이고, 나랑 얘랑 (옆에 있는 여자 청년) 친구인데 내 친구가 너랑 말하고 싶대.”

(뭐지?) “하하, 그래. 니하오마?”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오 한국말 할 줄 알아요?”

“잘 못해요 ㅎㅎ”


중국 대학생인 이들은 친구들 6명이서 함께 베트남을 여행 중이라고 한다. 요새 한류가 어마어마하다고 하는데, 한국말도 할 줄 알고 한국 사람도 좋아해 주고 참 고맙다.

아무튼 지금 4명은 밖에서 관광 중이고 호스텔에는 이 둘만 남아있다고 한다. 간단한 대화를 마치고 내 할 일을 하고 있는데, 중국 남자 학생이 다시 말을 건다.


“혹시 시간 괜찮아?”

“응 괜찮아, 무슨 일 있어?”

“음, 내 친구가 같이 밖에서 걷고 싶다는데 (부끄) 같이 걸을래?”


뭐지 이 녀석들 ㅋㅋㅋ

중간에서 영어 통역으로 전달을 해주는 남학생도 귀엽고, 소심하지만 적극적으로 본인 의사를 어필하는 여학생도 귀엽다.


“좋아, 나가자!”


홀로 조용히 시간을 보낼 줄 알았던 나짱의 밤이 외롭지 않게 되었다.

밤이 되니 길거리는 아까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물론 중국인 8할 러시아인 2할.

중국 남학생이 다시 말을 걸어왔다.


“내 친구가 저녁 안 먹었으면 같이 먹자는데 괜찮아?”


항상 말의 시작은 ‘내 친구가’ 로 시작한다. 정말 착한 친구이다. 중간에서 혼자 통역을 다 해준다.


“나는 사실 아까 혼자 저녁 먹었어, 근데 너희들 안 먹었으면 식당 가자. 괜찮아 난.”


그렇게 이들은 길거리의 한 식당으로 들어갔고 나는 식당 옆 과일가게에서 파는 코코넛을 하나 사서 옆에서 먹었다. 한국의 초보 여행자라면 먹기 힘들 것 같은 로컬스러운 음식을 맛있게 잘 먹는다. 중국인들 입맛에는 잘 맞는가 보다.


“아까 친구들 더 있다고 했잖아, 나머지 친구들은 어디에 있어?”라고 묻자,

“두 명은 컨디션 안 좋아서 호스텔에서 자고 있고, 나머지는 여기 어딘가에서 놀고 있을 거야.”

“아 그렇구나, 근데 이 여학생은 한국말 어디서 배웠어?”


둘이 이야기를 하더니 여학생이 수줍게 대답한다.


“런닝맨! 런닝맨이 좋아서 한국말 조금 공부했어.”


가히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에서 런닝맨의 인기는 상상 이상인 듯하다.

런닝맨에서 특히 광수를 좋아한다는 이 여학생이 말을 이어갔다.


“해변에 가서 우리랑 같이 맥주 한 잔 할래?”

“미안, 나는 술을 마시지 않아. 그래도 다른 음료를 사서 너희와 같이 해변으로 갈게.”

“좋아, 같이 가자.”


그렇게 우리는 마트에서 각자의 마실거리를 샀고 해변으로 향했다. 해변으로 향하는 길에 길거리 어딘가에는 있을 거라던 친구 2명을 만났다.


“저녁 먹었어? 이 남자는 누구야?”라고 아마 했을 것 같다. 중국어로 했기에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그냥 느낌~

그러고선 수줍게 한국말로 인사를 했다.


“아녕하세요 오파~”


실로 한류의 위엄을 느낀다. 한국말이 이렇게 대중적이었나.

본인들과 많게는 띠동갑일 한국에서 온 30대 오빠를 매우 반갑게 맞아준다.

그렇게 중국 대학생 4명과 한국 오빠 1명은 나짱의 해변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대화를 이어갔다.


“한국 어디 살아요?”

“중국 어디 와봤어요?”

“런닝맨 멤버 본 적 있어요?”


라는 질문들부터, 자기 고향 자랑까지. 자기 고향이 놀러 오면 꼭 연락하란다. 그리고 수줍게 질문을 한다.


“사진 한 장 같이 찍어도 돼요?”

“인스타에 올려도 돼요?”

너희도 올렸으니 나도 올린다

복에 겨운 하루다. 고맙습니다. 런닝맨 이하 한류 열풍의 주역들.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고 호스텔로 돌아왔는데, 아까 못 만난 두 명이 리셉션에서 기다리고 있다.


“재미있게 놀았어? 뭐하면서 놀았어? 이 남자는 누구야?”


이런 식의 대화였을 것 같다. 역시 중국어 이기에 이해할 순 없었지만 느낌은 그랬다. 그러더니 또다시 나에게 호기심을 가지며 물어본다.


“다음 여행 도시는 어디야?”

“나는 내일 아침에 무이네로 갈 거야.”

“우리도 내일 달랏에 갔다가 모레 무이네 갈 건데! 숙소가 어디야?”

“무이네 힐 버짓 호텔의 12인실 도미토리.”

“우와 우리도 거기로 예약하면 같이 만나서 놀 수 있어?”

“그러렴.”


하더니 정말 검색을 한다. 근데 방이 다 팔렸나 보다.


“방이 없나 봐, 베트남 전화번호 있어?”


엄청 적극적이다. 내 번호를 알려줬다.


“무이네 가면 연락할게! 우리랑 다 같이 또 놀자!”


중국 젊은 여대생들의 적극성에 놀라면서도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고 통역만 해주는 남자 대학생에게 무언가 미안한 마음도 살짝 들었다.


“기회가 되면 또 보자~ 나는 내일 아침 일찍 이동해야 해서 먼저 잘게.”


리셉션에서의 2차 만남을 마치고 올라가려는데 아까 식당을 소개해주었던 베트남 여자 스텝이 한국말을 가르쳐 달란다. 누구한테 배웠는지 율동까지 해가면서 귀요미 송을 부르며 중국 여대생들을 기선 제압한다.


“하하, 한국말 어떤 거 알려줄까?”

“숫자! 일, 이, 삼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더 이상은 기억이 나지 않아.”

“좋아. 일, 이 , 삼~”


숫자를 가르쳐 주는데, 녹음을 하겠다며 휴대폰을 꺼낸다. 친절하게 일부터 십까지 천천히 휴대폰에 대고 녹음을 해주었다. 녹음까지 해가며 배우는 열정에 나도 질세라 중국 대학생들에게 중국어 강의를 부탁했다. 그녀를 만나면 깜짝 놀라게 해주어야겠다.

들리는대로 받아 적어서 틀린것도 있겠지만, 나도 나름 열심히 배웠다.

이것저것 배웠는데, 이 단어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부크치, 괜찮아요.”


그렇게 혼자일 줄 알았던 나짱에서의 하루가 알차게 흘렀다. 진짜로 씻고 얼른 자야겠다 싶었는데, 락커 열쇠를 잃어버렸다. 아까 같이 놀던 여자 스텝에게 조용히 가서 열쇠를 잃어버렸다고 했더니 방에 같이 올라와서 한참을 같이 찾아준다.


“미안, 나 해변에서 잃어버린 것 같아.”

“부크치~ 하하, 보조 열쇠 있어. 대신같이 찾자.”


라고 하더니 보조 열쇠 뭉치를 가지고 올라온다. 족히 7~80개는 되어 보인다. 일일이 자물쇠에 열쇠를 넣어보며 짝이 맞는 보조 열쇠를 찾아냈다.


“깜언, 신깜언!”


열쇠를 잃어버린 것에 대해 요금을 지불하려고 하자, 다음번에 나짱에 또 오면 이곳 호스텔에 또 방문해 달라는 고맙고 감동적인 멘트를 남기며 방을 떠난다.


다음에도 나짱은 온다면, 정말 이곳에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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