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투어 버스 첫 이용, 무이네 첫 입성기
3월 15일 화요일
아침 일찍 서둘러서 늦지 않게 나짱 신 카페에 도착했다. 드디어 신 투어의 슬리핑 버스를 탄다. 그동안 탔던 버스와는 다르게 티켓이 매우 항공권과 유사하게 생겼다. 짐칸에 넣는 승객들의 짐에도 각각 번호표를 붙여주고 목적지를 표기해준다. 좌석도 지정좌석이다. 탑승할 때 신발을 넣는 비닐봉지는 똑같다. 1인당 1개씩 주는 물은 그냥 시중에서 파는 흔한 물이 아닌 신 투어의 로고가 새겨진 신 투어 전용 물을 준다.
‘이래서 신 카페, 신 카페 하는구나. 역시 클라스!’
사람을 한껏 태워서 좌석 이외에 복도까지 사람들로 가득 찼던 다른 버스와는 다르게 빈 좌석도 몇 개 있고 쾌적하다. 기사님이 흡연을 차내에서 하지 않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
버스는 어김없이 휴게소에 들렀고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먹는데 동양인 할아버지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니혼징 데쓰까? (일본인 입니까?)”
“이-에, 와따시와 강꼬꾸징 데쓰. (아니오, 나는 한국인 입니다)”
내가 일본인인 줄 아셨나 보다.
얼마 전 정년퇴직을 하시고 홀로 동남아시아를 여행 중이라고 하셨는데, 정말 여행을 다니다 보면 멋진 사람들도 많고 나도 여행 중이지만 부럽기도 하고 아무튼 참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즐거운 것 같다.
간단한 대화를 마치고 버스에 다시 탑승을 했다. 앞좌석에 앉아 계시던 미국 할아버지가 포도를 건네주신다. 옆에 있는 베트남 여인이 본인의 부인이며 미국에서 살다가 오래 간만에 베트남에 와서 함께 여행 중이라고 하신다. 아직도 부인을 엄청 사랑하시는지 꽉 잡혀 사시는 것 같다.
얼떨결에 일본 할아버지랑 미국 할아버지 사이에 위치한 나는 할아버지들을 친구로 사귀게 되었다. 한참을 달리던 버스 창문 밖으로 사막의 모래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기어코 거대하고 웅장한 사막 사이로 지나간다. 일본 할아버지와 미국 할아버지가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신다. 아마 이분들은 무이네에 머무는 것이 아니고 무이네를 경유하여 호치민으로 바로 가시는 듯하다. 무이네에 머문다면 실제로 내려서 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무이네에 도착하니, 이제야 날씨가 한 여름의 남국 같다. 해안가 도시답게 습한 해풍과 뜨거운 햇살이 나를 반긴다. 말이 좋지 실제로는 살은 타들어갈 것 같고 끈적한 바람에 땀은 또 비 오듯 흐른다.
그녀에게 메신저를 보냈다.
“나는 무이네에 도착했어. 언제쯤 도착해?”
“글쌔, 시간은 잘 모르겠고 이제 곧 버스타.”
“점심은 먹었어?”
“대충 먹고 탔는데 이따 무이네에 도착하면 배고플 것 같아.”
“그럼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릴게.”
“숙소에 가 있지, 기다리려고?”
“응, 할 것도 없어. 같이 가자, 기다릴게.”
“알겠어. 이따가 봐.”
어찌 보면 그녀와 함께 있을 수 있는 마지막 여행지. 볼 것 많고, 할 것 많고, 먹을 것 많은, 이번 베트남 여행의 마지막 목표였던 무이네에 도착했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숙소도 지난번처럼 호이안에서 처럼 다른 곳이 걸린다면 내가 예약한 무이네 힐 버짓 호텔을 포기하고 같은 호스텔의 도미토리로 변경할 생각까지 했다.
“누나 나는 이번에 신 카페 버스 타고 왔는데, 어떤 회사 버스 타?”
“나도 퀸 카페에서 VIET NHAT TOURIST라는 회사로 바꿨어!”
“알겠어~ 잘 찾아서 기다리고 있을게.”
호스텔에 가방을 두고 나올까 하는 생각에 위치 검색을 해보았더니 2km 정도 거리에 있다. 이 불볕 같은 날씨에 왕복 4km를 오가기보단 차라리 근처에서 기다려야겠다 싶었다. 그냥 택시를 타고 다녀올까? 하고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냥 그녀를 기다리고 싶었다.
(왜 그랬을까 글을 쓰는 지금 후회해본다)
그녀가 알려준 비엣낫 투어의 위치를 찾아서 카운터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달랏에서 오는 버스가 여기로 오는 거 맞다고 한다. 그녀에게 내가 있는 곳의 인증샷을 보내고 버스 터미널 겸 식당으로 운영되는 곳으로 일단 들어가서 나의 사랑 카페 쑤다를 한잔 시켰다.
‘역시 카페 쑤다는 더울 때 시원하게 마시는 게 제맛이지!’
나짱, 달랏, 사이공(호찌민)으로 오가는 버스들이 드나든다. 그럴 때마다 식당 안의 손님들도 수시로 바뀐다. 점심을 그녀와 같이 먹기로 했지만, 도저히 배가 고파서 안 되겠다. 메뉴판을 받아 구경하는데 라면이 있다. 라면에 계란 추가가 되냐고 물어보니 해주겠단다. 일단 간단하게 먹고 그녀가 오면 다시 또 먹어야겠다. 아침도 안 먹었으니 라면을 먹자마자 그녀가 오더라도 한 끼 정도는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시 후, 라면이 나왔는데...
어째 메뉴판에 없는 걸 주문해서 그런가, 나짱에서 먹었던 라면에 날계란을 얹어서 주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형태가 아니었다.
라면에 계란 프라이를 올려서 주셨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요리였지만, 나름 먹을만했다. 배고파서 그랬나?
홀로 식당을 지키는데 너무 심심해서 안 되겠다.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는데 네이버에서 이세돌 선수와 알파고의 바둑 대국이 한창이었다.
‘그래, 시간 때우는데 바둑이 좋겠다. 요새 그렇게 핫하다는데 바둑이나 봐야겠다.’
바둑을 중간부터 보긴 했지만, 와 정말 바둑이 끝나고 해가 저물어 가는데도 오지를 않는다.
식당 아주머니와 버스 카운터 직원이 나는 왜 안 가냐며, 숙소가 없으면 자기네가 운영하는 호스텔도 있다고 한번 보겠냐고 물어본다.
친구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괜찮다고 답했다.
내 소중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