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 팁, 이용 꿀팁, 노하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르쿠츠크까지 007 편 2박 3일.
이르추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069 편 3박 4일.
1. 풍경 감상하기
자다 깨서 창 밖을 봤는데 하늘이 참 맑고 아름다웠다. 오랜만에 별들을 보았다. 달리는 기차에 누워서 별을 감상해 본 적이 있는가?
시베리아 벌판을 달리다 보면 사람이 사는 마을보다 나무, 숲, 눈 덮인 벌판 이러한 자연을 더 많이 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밤하늘의 별들도 잘 보이는 것 같다.
혹시라도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게 된다면 밤에 꼭 한 번 하늘을 보시길 권한다.
하루하루 풍경이 바뀐다.
어제와는 또 다른 풍경이 내 앞에 펼쳐진다.
숲이 한 번 나오면 짧게는 몇 분에서 길게는 수십 분간 반복된다.
벌판이 나오면 역시 똑같은 풍경이 반복되어 나온다.
자작나무 숲 - 벌판 - 마을 - 전나무 숲
Ctrl + C + V 해 놓는 것 같다. 복붙.
2. 어느 자리가 명당일까?
3등석이면 무조건 1층이다. 2층에선 앉지도 못한다. 2층 사람들은 1층에 내려와서 생활해야 하는데 1층 주인이 잠이라도 자고 있으면, 다른 1층 빈자리에 넉살 좋게 가서 앉아있어야 한다.
순방향, 역방향 이건 순전히 랜덤 같다. 이 칸 저 칸 가보면 차장님이 계시는 뜨거운 물 있는 그쪽이 앞인 경우도 있고 뒤인 경우도 있다. 누워서 자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자다 보면 순방향 역방향 이런 건 의미가 없어진다.
3등석은 4인 자리 2인 자리가 합쳐져서 6인 자리가 된다. 4인 자리와 2인 자리 중 어디가 나을까? 4인 자리를 추천한다. 짐 보관이나 생활면에서 훨씬 좋다.
정리 : 혼자 간다면 4인 자리 1층, 둘이 간다면 4인 자리 1층 두 개, 셋이 간다면? 생각 안 해봤는데 1층 2개랑 2층 1개?
3. 러시아 사람들은 정말 무서울까?
물론, 기차에서 만난 사람들을 바탕으로 한 경험이기에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지만 착하다.
'감사합니다' 가 '스파시바'이고 '잘 가' 가 '빠까'이다. 발음과 억양이 거센 거지 사람들은 착하다. 블라디보스토크부터 모스크바까지 다니면서 보면 몽골, 중국, 까레이스키(고려인)들이 많다. 이들과 오래 같이 지내며 살아서 그런지 크게 경계도 안 하고 딱 봐도 관광객처럼 캐리어를 끌고 다니지만 않으면 먼저 와서 길도 막 물어보고 그런다. 거침없이 이놈 시키 저 놈 시키 하면서 말을 걸어온다고 쫄지마라. 당신이 길을 잘 알게 생겨서 물어보는 거다.
4. 혼자 타는데 6인실은 안전할까?
호스텔의 6인실 혼성 도미토리보다 안전할 것 같다.
4인실만 해도 폐쇄형으로 각 방에 문이 있다. 돈 좀 있는 장거리 여행자들이 주로 이용한다고 하는데, 경험자들의 조언에 의하면 룸메이트 잘 못 걸리면 그 사람이 내리거나 내가 내릴 때까지 힘들다고 한다. 6인실의 경우 사람도 자주 바뀌고 서민(?)들이라 그런지 정도 있고 푸근하다.
간혹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만난 군인들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볼 수 있다. 1년간 군대에서 개고생 하다 이제 갓 전역한 활기 왕성한 20살 청년들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우리나라 전역 열차에 예쁜 외국 여성들이 있으면 나 같아도 호기심이 생길 것 같다. 한창 호기심 많을 나이다. 그리고 반대로 겁도 많다.
5. 겨울에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면 춥지 않을까?
물론 밖은 춥다. 시베리아니깐. 대신 열차 안은 덥다. 다들 반팔은 기본이다. 군인들은 내복 하의만 입고 상의 탈의도 한다. 겨울에도 반팔과 슬리퍼는 필수이고, 기호에 따라 반바지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열차에 따라 온도 조절이 다르긴 한데 러시아는 대체적으로 겨울에 실내를 엄청 따뜻하게 한다. 처음 탄 열차에서는 덮는 이불은 구경도 안 하고 커버만 덮고 잤다. 두 번째 열차에서는 평균 온도도 20도 초반대에 감기 기운이 있어서 덮는 이불을 덮고 잤다.
6. 화장실은 사용할 만 한가?
하루면 충분히 적응한다. 열차 정차역을 기준으로 출도착 30분 전후로는 사용 못한다는 걸 염두하자. 왜냐하면.... 세면대 물과 변기 물이 그냥 밖(선로)으로 떨어지니깐... 역 근처에서는 못 쓰는 것 같다.
화장실에서 머리 감기 가능하다. 드라이 샴푸 비싸다. 비행기 수화물 규정도 까다롭다. 그냥 감을 수 있으니 감아라. 머리카락 긴 여자도 가능한가? 가능하다. 실제로 봤다. 페트병 잘라서 잘 쓴다. 페트병 머리 부분 안 자르면 물 모으기 힘들다. 칼이 없다면 페트병을 잘라서 사용하는 승객이나 과일 깎아먹는 승객을 관찰했다가 칼을 빌려라. 라이터 빌려서 불로 녹이다가 다칠 수도 있으니 칼을 사용하자.
나는 참고로 화장실에서 이 한겨울에 샤워하는 사람도 봤다. 물론 나는 도전하지 않았다.
변기 사용은 앉아보면 안다. 딱 적절한 높이에 손잡이가 있다. 기차가 흔들거린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변기 커버 청결은 솔직히 보장 못하는데... 글로 표현하기 조금 그렇지만 변기 위에 발을 올리고 쪼그려서 앉아서 사용했다는 글도 보기는 했다.
화장실 기본 제공 휴지는 A4 용지보다 거칠다. 한국에서 기본적으로 물티슈와 일반 티슈를 가져가면 참 좋다. 요새는 화장실용 물티슈도 따로 있더라.
7. 전자제품 충전은 잘 될까?
잘된다. 한 칸에 앞 뒤로 2개의 콘센트가 있고 가끔 6인실의 4인 공간에 콘센트가 있는 경우도 있는데,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걸 보면 전력이 약하거나 안 들어오는 것 같다.
충전기 선이 짧아 휴대폰 등 전자기기가 떨어질 것 같으면 위 사진처럼 비닐봉지를 이용하면 된다.
멀티탭은 차장에 따라 다르다. 못쓰게 하는 사람도 있고 신경 안 쓰는 사람도 있다.
화장실 안 콘센트를 사용하려면 자리를 지키는 게 좋다. 가끔 분실했다는 포스팅을 봤다.
8. 러시아 사람들과 친해지기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다.
나의 경우 완전 비수기여서 외국인이라곤 한국 사람 딱 한 명 봤다. 전부 러시아 사람.
대부분 영어를 못한다. 가기 전에 오프라인에서도 가능한 번역기를 받아가는 게 대화에 좋다. 말 한마디도 안 하려고 작심하고 시베리아 횡단 열차 타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 같다.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상대방도 크게 관심 갖지 않는다.
이것저것 후기들을 보면, 부부나 커플처럼 이성이 두 명이 탑승을 하면 거의 말을 걸어오지 않고 그나마 여자분들이 혼자 갈 때 말을 좀 걸어오는 것 같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나 같아도 KTX에 혼자 탄 외국인한테 쉽게 말 못 걸 것 같다. 똑같다. 먼저 다가가야 그들도 마음을 열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