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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피오 Jan 29. 2017

7th_시베리아의 중심 이르쿠츠크

이르쿠츠크에서의 24시간

사실 이르쿠츠크에 대해 잘 몰랐다. 아니, 관심이 없었다.

그저 바이칼 호수에 있는 알혼섬에 들어가기 위해 들렸다.

그런데 이 도시 무언가 묘한 매력이 있다. 확실히 블라디보스토크, 모스크바와는 다른 색깔이다.

이르쿠츠크는 도시로 개발된 지 400여 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 시베리아 근방에서는 가장 오래된 도시이기도 하다. 17세기에 러시아가 시베리아를 개발하면서 거점으로 이용한 도시이다. 위치상 몽골, 중국, 우즈베키스탄과의 교역이 활발했고 이르쿠츠크를 중심으로 저 멀리 알래스카까지 교역을 펼쳤다고 한다. 

러시아의 죄인과 정치인, 18세기에는 폴란드에서 벌어진 반 러시아 봉기의 참가자들까지 이곳에 유배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이 짧다면 짧은 400여 년 동안 지금의 독특한 이르쿠츠크를 만들어놨다.

이 표지판에만도 벌써 교회와 모스크가 있다

일단 다양한 종교가 공존한다.

자국의 러시아 정교회, 폴란드인들과 함께 들어온 가톨릭, 몽골과 바이칼 호수를 중심으로 한 샤머니즘, 시베리아 선교의 거점으로 이르쿠츠크를 선택한 개신교, 중앙아시아와의 교역과 함께 들어온 이슬람까지. 아 불교 사원은 못 봤다. 어딘가에 있을 수도?

수많은 종교만큼이나 구성원들도 다양하다. 서양인 외모, 몽골 계통 외모, 중앙아시아인 외모 등 다양하다. 때문에 내가 입을 열기 전까지 그들은 내가 동아시아에서 온 여행객인 줄 모른다.

건축 양식도 정말 독특하고 다양하다.


특히 유배를 온 청년 혁명가들인 데카브리스트(Dekabrist)들과 그 부인들의 기막힌 순애보()에 의해 시베리아 동토에 자유와 근대 문명의 훈풍이 불어닥쳤다. 이에 따라 이곳은 ‘시베리아의 파리’로 파격적인 위상 변화가 일어났으며, 시베리아 고풍을 녹여낸 ‘파리풍()’은 이곳 사람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면면히 이어져왔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하여 이르쿠츠크의 주택을 비롯한 전통 건물들은 크기나 외양에서 같은 것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아기자기한 색깔과 문양은 기괴할 정도로 다종 다양하다. 이곳 사람들은 무언가 서로 달라야 신이 식별하고 제대로 찾아온다는 속설을 믿는다. 도식을 피하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이곳만의 개성이다. 현대적 건물도 전통을 따라 탈러시아적인 서구식으로 지으며 꾸미고 있다. 샤머니즘과 러시아 정교회가 추구하는 전통양식과 유럽의 바로크 양식이 혼합된 이른바 ‘시베리아 바로크’ 형식의 독특한 건물이 눈에 많이 띈다.  

[네이버 지식백과] 이르쿠츠크 [Irkutsk] (실크로드 사전, 2013. 10. 31., 창비)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추위에 눈으로 덮인 미끄러운 길을 걷다가 만났던 괴기한 형태의 목조 주택들은 이곳이 시베리아의 파리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그거 요상한 동네로 느껴졌다. 사람이 살지 않을 것 같은 건물에서 심지어 장사도 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추위에 강한 건물을 짓기 위해 목조로 지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유를 알고 나니 무언가 더 매력적인 도시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르쿠츠크의 주된 대중교통 수단은 트램과 버스이다. 둘 다 1회에 15 루블 (약 300원). 구글 지도를 잘 활용하면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다. 주의할 사항은 트램은 큰 짐, 예를 들어 캐리어를 가지고 타면 사람 + 짐의 요금을 받는다. 사람도 15 루블, 짐도 15 루블. 버스는 승합차가 대부분이다. 내릴 때 누를 벨이 없다. 누군가 내가 내릴 장소에서 내려주길 바라거나, 아니면 내릴 때 기사 아저씨게 말을 해야 한다. 기사 아저씨는 물론 러시아어만 가능하기에 부단한 노력과 행운이 필요하다. 참고로 나는 카잔 성당에 버스를 타고 갈 때 기사 아저씨랑 커뮤니케이션이 안되어서 무려 3 정거장(약 1km)을 더 갔다.

트램 정거장 표시, 위 정거장에는 1번과 2번 트램이 정차한다.
이르쿠츠크 트램 노선도, 사람 1명에 15루블 짐도 크면 1개에 15루블.

음식은 그냥 주관적인 느낌인데 만두를 참 많이 먹는다. 물론 쌀, 빵, 감자 이런 것도 많이 먹는데 만두가 난 기억에 남는다. 


알혼섬에서 만났던 독일 여대생 안나마리에게 이르쿠츠크의 맛집을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포즈나야(Poznaya, Позная)"라는 상호를 알려줬다. 체인점이니 여기저기에 많다고 했다. 실제로 검색해보니 여기저기 나왔다. 거의 뭐 우리나라 김밥해븐 정도인 듯했다. 메뉴도 참치 김밥, 치즈 김밥처럼 다양한 만두가 있었다. 튀긴 만두, 물만두, 만둣국 등. 혹시라도 "포즈"를 시켜서 먹는데 느끼하다면 핫소스를 찍어먹으면 된다. 간이 딱 좋다.

이르쿠츠크 관광 지도

워낙 정보 없이 왔다가 알혼섬에서 생각보다 반나절이나 빠르게 나오는 바람에 이르쿠츠크 시내를 둘러볼 수 있었다.


만약 나처럼 짧게 왔다 간다면,

1코스 : 카잔 성당.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달랑 이거 하나 있다.

(위 지도에서 우측 상단 C와 D 사이)

2코스 : 성 십자가 교회, 나무집 마을 130번지, 로그 예루살렘 교회, 센트럴 파크. 걸어서 1시간 이내에 위치한다.

(위 지도에서 중앙, B와 C, 숫자 3. 종합운동장 인근)

3코스 : 이르쿠츠크 주청사, 키로브 광장, 영원의 불꽃, 폴란드 교회(성당), 예수 공현 교회, 모스크바의 문. 앙가라 강까지 덤으로 볼 수 있다.

(위 지도에서 상단 B 아래쪽)


위 세 개 중에 골라서 보면 좋을 것 같다. 솔직히 블라디보스토크 보다는 볼 것 많고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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