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캠퍼스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모스크바에서 살다온 지인에게 모스크바에서 가볼만한 곳을 추천받았을 때, 모스크바 국립대가 있었다.
파리의 '소르본'처럼 대학가를 추천받아서 현지 대학생들의 모습을 보러 가본 적은 있어도 학교 자체를 관광지로 추천받아본 것은 처음이었다.
시내 중심에서도 떨어져 있어서 가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속는 셈치고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Universitet 역에 도착하자 대학생으로 보이는 많은 젊은이들이 내렸다.
눈치껏 따라갔다. 이들이 환승을 하거나 버스를 타면 나도 타고 아니면 나도 같이 걸어가야지 하고 나왔는데 다들 걸어간다.
영하 10도 이하의 맹추위에도 걸어 다닌다. 뭐 걸을만하다. 다 평지고.
오랜만에 걸어보는 눈 덮인 캠퍼스가 기분 좋았다.
10여분쯤 걸었을까? 드디어 모스크바 국립대, 엠게우가 그 위용을 드러냈다.
M.V. Lomonosov Moscow State University (Московский 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университет)
줄여서 엠게우라고 부른다.
스탈린의 마천루, 스탈린의 칠공주, 스탈린 시스터즈, 스탈린의 생일 케이크 등등등.
아무튼 얘네 중에 이게 제일 높다.
240m로 236.7m인 남산타워보다 높다. 믿기 어렵겠지만 1988년까지 유럽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었다고 한다.
이 분이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엠게우의 설립자이시다.
이름은 미하일 로모노소프.
누구냐고? '질량 보존의 법칙'을 만드신 분이다.
18세기에 여왕의 지시로 대학을 설립했고, 후에 스탈린이 7 공주를 만들면서 이곳에 학교를 신축했고 이전했다. 7 공주 중에는 엠게우를 가장 높게 지었다고 한다.
크렘린의 탑과 유럽의 고딕 대성당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독일군 전쟁 포로들의 노동력으로 지어졌으며, 33킬로미터의 복도와 5천 개의 강의실이 있다. 중앙 타워의 꼭대기에 있는 별은 무게가 12톤에 달하며, 파사드는 밀단과 소비에트 문장, 그리고 시계로, 그 아래의 테라스는 자신 있게 미래를 바라보는 학생들로 장식하였다고 한다.
아 학생증 없으면 못 들어가니깐 괜히 시도했다가 국제 망신당하지 말자. 나 역시 굉장히 내부가 궁금했지만 꾹 참았다. 실제로 입구 안쪽을 들여다보면 학생증을 검사하는 직원분이 상주하고 계신다.
동서남북 어디에서 봐도 똑같음. 대칭.
대신 각 코너는 온도계, 시계, 기압계 등 다 다른 것으로 장식되어 있다.
공중에서 보면 대칭이 더 근사하다고 하던데 볼 수가 있어야지, 드론이라도 가지고 왔어야 하나.
천천히 건물을 돌면서 구경하다가 참새 언덕 근처까지 갔다. 참새 언덕에서 바라보는 모스크바 시내도 참 근사하다는데 더 이상 추워서 안 되겠다. 날씨 풀리면 다시 와서 보던지 해야지.
고르바쵸프, 칸딘스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도 많이 배출했다고 한다. 기록마다 다르긴 하지만 모스크바 국립대 출신의 노벨상 수상자가 10여 명이나 된다고 한다. 현재 학생수가 4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참고로 서울대가 3만 5천 명 규모이다.
보통의 대학 캠퍼스라고 하면 넓은 잔디밭과 특색 있는 건물들을 생각하는 게 일반적일 텐데 여기는 저 거대한 건물 하나에 모든 것이 다 있다고 한다. 기숙사부터 강의실까지.
다시 대학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적어도 교환학생으로라도 이곳에서 생활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