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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피오 Jan 30. 2017

8th_붉은 광장은 겨울밤에 더 붉다

붉은 광장 = 모스크바 = 러시아

12월의 어느 새벽 4시.


이르쿠츠크부터 3박 4일간 달려온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운 좋게 호스텔에 얼리 체크인을 하고 4일 만에 샤워도 했다. 잠시 짐을 정리하고 쉬다가 점심때쯤 모스크바의 중심으로 향했다.


블라디보스토크, 이르쿠츠크 그리고 모스크바.

모스크바는 모스크바스러웠다. 


숙소부터 붉은 광장까지 걸어가면서 본 모스크바는 확실히 앞선 두 도시와는 달랐다. 

성 바실리 대성당

30분 정도 걸었을까? 굼 백화점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근두근.
이제 고개만 돌리면 붉은 광장, Red square 레드 스퀘어이다.

붉은 광장에는 성 바실리 대성당(테트리스성), 크렘린궁, 레닌의 묘, 러시아 역사박물관, 카잔 성당 등이 있다. 사실 이것만 봐도 모스크바의 8할은 본 것이다.

믿을 수 없다. 내 앞에 성 바실리 성당이 있다니.
말로 표현 못한다. 사진 1억 번 봐도 감흥 없다. 직접 봐야 한다.


나도 물론, 수많은 사진과 무한도전에 나왔던 장면을 보고 이곳에 왔지만 특히 성 바실리 대성당은 눈으로 직접 보는 그 감동이 어떤 사진이나 영상으로도 전달이 안된다.


두말해야 입 아프겠지만 "성 바실리 대성당"은,

건축의 전체 역사 속에서 필적할 만한 예가 없는 구조를 지녔다는 그 건물.

그리스도에 미친 바실리가 만든 잔혹한 황제 이반 대제의 기념물.

게임 테트리스의 실사판이다.

성 바실리 대성당에 넋을 놓고 있다가 뒤를 돌아보니 겨울에만 열린다는 테마파크가 광장의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한 바퀴 둘러보는데 먹을거며 놀거리며 딱 크리스마스 분위기이다. 얼큰한 어묵 국물을 팔았다면 자리 잡고 앉아서 마셨을 것 같다.

눈이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붉은 광장은 바닥을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모스크바에 있는 5박 6일 동안 거의 매일 붉은 광장에 출근 도장을 찍었는데 여기는 눈이 내려서 쌓일 틈을 주지 않는 것 같았다.


성 바실리 대성당, 크렘린 궁, 스탈린의 묘, 러시아 역사박물관, 카잔 성당, 부활의 문 그리고 굼 백화점 까지.

모스크바, 아니 러시아가 이곳에 다 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차오르는 감동을 뒤로하고 3박 4일간 누리지 못한 문명의 혜택을 잠시 누리기로 했다.

커피도 한잔 하고, 환전도 하고, 유심도 새로 바꿨다. 그리고 역사적인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이 날이 박 모 대통령의 탄핵안이 통과된 날이었다.


12월의 모스크바는 오후 4시가 넘어가면서부터 어두워진다. 이 말은 오후 4시부터면 야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렇게.

굼 백화점의 조명이 정면에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강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름다웠다. 충분히.

성 바실리 대성당의 야경

성 바실리 대성당은 확실히 낮보다 더 현실 같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만들었지? 

모스크바 카잔 성당

사실 구글 지도가 알려주지 않았으면 지나칠 뻔했던 카잔 성당.

주변에 너무 화려한 건물들이 많아서 이 순백의 건물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르쿠츠크에서도 봤고 여기에도 있고 다음에 갈 상트 페테르부르크에도 있는 카잔 성당은 정작 카잔이라는 지역에는 없다고 한다.

이름이 카잔 성당인 이유는, 카잔의 성모 이콘(성화)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입구 위쪽에 있는 성화가 카잔의 성모 성화이다.

부활의 문

카잔 성당과 러시아 역사박물관 사이에 부활의 문이 있다. 그리고 부활의 문 앞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이 있는데 이곳을 러시아 사람들은 '유럽의 중심'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반대로 유럽 사람들은 모스크바의 중심이라고 하고.


가만히 유럽의 중심을 구경하다 보면 사람들이 동전을 던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동전을 조용히 수거하는 아저씨 한 분도 볼 수 있다. 경쟁자는 없는 듯했다. 약간 경쟁의식이 생겼지만 참았다.

러시아 역사 박물관의 뒤편

부활의 문을 나와서 좌측으로 크렘린 궁 벽을 타고 산책을 하다 보면 영원의 불꽃을 볼 수 있다.

모스크바 영원의 불꽃

각 도시마다 영원의 불꽃이 한 개씩은 있다. 무명용사들을 기린다고 하던데 나는 저 불이 가스로 태우는지 석유로 태우는지가 궁금했다. 아직도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1년 365일 꺼지지 않는다고 한다. 

영원의 불꽃을 지나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다리가 하나 나오는데, 이 다리가 크렘린 궁으로 걸어서 들어가는 다리이다. 다리 이름도 뭔가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아무튼 크렘린 궁 투어를 하려면 붉은 광장 쪽에서 못 들어간다. 붉은 광장 쪽으로 나갈 수는 있다. 반대쪽인 이쪽에서 티켓을 사고 이쪽으로 입장해야 한다.


낮에 봤던 붉은 광장보다 밤에 본모습이 더 아름다워서 크렘린 궁 투어도 해질녘에 해보기로 했다. 오늘 정도 날씨면 해가 떨어져도 걸어 다니면서 볼 만할 것 같다.

소련과 러시아의 수도, 그리고 그 중심인 붉은 광장.

내가 지금 그곳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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