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티머니, 트로이카 교통카드
모스크바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매력적인 도시이다.
겨울이고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그런지 몰라도, 가장 겨울다운 도시이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친절하고, 인종차별도 덜하고, 치안과 보안도 좋다. 어디 들어가는 곳마다 보안검색이 철저하고 노숙자와 동냥하는 사람도 다른 도시보다 보기 힘들다.
대중교통, 특히 지하철은 생각보다 탈만하다.
노선도 괜찮고, 가격은 대만족이고, 배차간격 짧고, 데이터는 안 터져도(엄청 깊음) 와이파이는 또 무료다.
우선, 교통카드로 트로이카를 추천한다. 하루 이상 있을 거면 무조건 사라.
충전은 각 역에 있는 역무원 창구로 가서 카드랑 충전할 금액 내밀면 알아서 해주기도 하는데, 나는 기계를 이용해서 셀프로 하고 싶다 하면 일단 창구 옆 기계로 가서 영어로 세팅을 바꾸고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영어로 바꾸고 시키는 대로 하는데 안된다면? 기계 옆에서 5분만 눈팅하면 된다. 누군가 충전할 때 누르는 거랑 돈 넣는 타이밍을 잘 보면 굳이 영어로 세팅을 바꾸지 않아도 따라 할 수 있다.
입구 вход 와 출구 Выход만 안 헷갈리면 잘 타고 내릴 수 있다. 글씨가 짧은 게 입구 긴 게 출구다.
지하철을 탈 때만 카드를 찍고 나올 때는 찍지 않는다.
따라서, 카드 1장으로 여러 명이 돌려서 써도 된다.
1 정거장을 가나 10 정거장을 가나 요금은 동일하다.
지하철역들은 하나같이 깊다. 방공호다.
참고로 모스크바에서 제일 깊은 역은 park pobedy 역으로 인근에 승리 공원이 있다. 깊이만 84m.
깊은 만큼 에스컬레이터가 잘 되어있다. 엘리베이터는 못 봤다.
에스컬레이터는 겁나 빠르다. 근데 며칠 타다 보면 빠른 것도 모른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누군가 그랬던 것 같다. 에스컬레이터 탈 때는 서 있을 거면 오른쪽 걷거나 뛰어갈거면 왼쪽으로 가면 된다.
승강장에 가면 스크린 도어는 없다. 자기가 갈 방향을 잘 찾아야 하는데, 영어는 없다. 키릴 어가 처음에는 영어랑 비슷해서 헷갈리기만 하는 그림으로 보이겠지만 눈에 익혀야 한다. 내리고 탈 역 이름의 그림을 잘 메모하거나 기억하자. 아니면 그리던가.
지하철 앱[Yandex.metro] 이거 일단 강추. 역 이름을 영어랑 러시아어로 바꿀 수 있는 게 일단 최고 장점이고 하단에 출발역 도착역을 설정하면 루트도 그려준다. 위치 활성화시키면 나랑 가까운 역도 알려줌.
환승은 내가 갈아탈 노선의 색을 잘 기억했다가, 환승역에 내려서 색만 잘 따라가도 된다. 일단 색을 따라가면 모스크바의 지하철은 전부 승강장이 가운데이고 지하철들이 양쪽 끝으로 오기 때문에 승강장에 도착해서 갈 방향을 찾으면 된다.
승강장 가운데에 딱 서면, 좌우로 지하철들이 들어오는데 1,2번으로 구분하는 것 같다. 그리고 확인은 안 해봤고 지극히 객관적인 느낌인데 1번이 하행, 2번이 상행인 것 같다. 누가 알면 확인 좀...
지하철 배차간격은 최대 2분. 엄청 자주 오기 때문에 엄청 지옥철이 되지는 않는다. 지하철이 런던이랑 파리 느낌이 좀 나는데 그냥 오래돼서 그런 것 같다. 문이 사람들 다 타기 전에 막 닫히거나 내릴 때 승객이 셀프로 열림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알아서 잘 열렸다 닫혔다 하고 사람들이 다 타면 문이 닫힌다.
그리고 지하철 좀 타다 보면 안내방송이 슬슬 귀에 들어오는데, 그냥 들리는 그대로 표현을 하면(욕 아님, 오해하지 말 것)
역에 도착하기 전에 '이번 역은 시스티에푸르디입니다'라고 말하는 게 '싀방시에 시스티에푸르디'라고 들린다. 욕 같은 듯 아닌 듯.
정말로 시스트에푸르디역에 도착했다고 치자. 그럼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데, 어느 정도 내리고 새로 사람들이 타면 역시 또 '싀방시에 루브얀카'라고 방송이 나온다. 이번 역의 다음 역. 그러니깐 루브얀카역 방향으로 간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스크린 도어 없는 것도 타다 보면 익숙해진다. 지하철에 보안검색이 심해서 노숙자나 이상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경찰들도 수시로 다니고. 그래도 난 스크린 도어 없는 게 불안하다 싶으면 벽에 붙어서 서 있다가 지하철 문이 열리면 타도 된다.
지하철 내부는 서울 지하철보다는 작고, 부산 지하철 정도? 노약자석은 따로 없으니 구석에 앉아도 된다. 지하철에서 무료 와이파이가 되기는 하는데 엄청 느리다. 데이터는 대체로 잘 안 터지고 역에 정차하면 터진다.
지하철 역사랑 승강장, 심지어 환승하러 가는 길도 예쁜 곳이 참 많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가면 에스컬레이터랑 승강장에 광고로 도배되어 있는데 그에 반해 모스크바는 깔끔하다고 할까, 은근히 사진 찍는 사람들 많으니 부끄러워 말고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어도 괜찮다. 대신 사람들이 많이 오갈 때 길막만 안 하면 될듯하다.
다음은, 버스!
다들 카드를 찍고 타서 현금을 내는 사람을 못 봤다. 다른 도시에서는 기사님께 내거나 상주하고 있는 차장 아주머니께 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모스크바는 카드를 띡 찍으면 예전 지하철역에 있던 빙그르 돌아가는 게 돌아간다. 그거 밀고 뒤로 들어가면 된다. 따라서 모스크바 버스는 뒤로 못 탄다. 다 앞으로 타야 한다. 내릴 때는 벨을 누르면 된다. 내리고 싶다는 말을 러시아어로 할 수 있다면 안 눌러도 되겠지만 모른다면 눌러라.
버스 노선은 내가 알 턱이 없다. 난 구글 지도만 신뢰했다. 데이터가 잘 터진다면 다음 버스가 언제 오는지도 알려주는데 얼추 맞는다.
가끔 전자 안내판도 있다. 다음 버스는 언제 오며 현재 시각과 날씨도 나온다.
트로이카 교통카드를 사용한다면, 지하철은 1회에 32 루블, 버스는 31 루블이다. 30분 이내에 다른 교통수단으로 환승하면 10 루블을 깎아준다는데 모스크바의 대중교통을 탈 때만 카드를 찍고 내릴 때 안 찍는다. 따라서 최초 탑승부터 30분 이내에 환승을 해야 깎아주는 것 같다. 이건 직접 안 해봐서 모르겠다. 지하철-지하철은 환승 안된다.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