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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피오 Feb 02. 2017

16th_붉은 광장 야경 감상의 핫플레이스

사랑해요 리츠칼튼 호텔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의 인연으로 모스크바에서 같은 호스텔에 묵었던 청년이 모스크바를 떠나면서 나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리츠칼튼 호텔에서 보는 붉은 광장의 야경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금액적인 부분이나 시간이나 다 부족해서 못 갔지만 기회가 되면 꼭 가셔서 저 사진 한 장만 보여주세요."

군대를 갓 전역하고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 이르쿠츠크,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헬싱키, 파리, 런던, 아이슬란드, 뉴욕, LA 이렇게 세계일주를 시작한 젊은 청년이었다. 멋진 청년을 응원한다.

뭐 나도 돈이 많은 건 아니지만, 시간이 많아서 가봤다.

Okhotny Ryad역과  Teatralnaya역 사이에 있던 정부 건물? 아무튼 거대했다.

빨간색 지하철을 타고 Okhotny Ryad역에 내렸다. 
내려서 밖으로 나와보니 잘 못 나왔다. Okhotny Ryad역과 환승이 되는 녹색 Teatralnaya역 출구로 나온 것이다. 그래도 별로 멀지 않으니 조금만 걸어가면 된다. 구글 지도를 보니 바로 앞에 볼쇼이 극장이 있다. 볼쇼이 극장 앞에 사진 좀 찍을까 했는데,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려고 세팅만 해놓고 꾸며놓지를 않아 사진에 안 예쁘게 찍힌다. 


아 참고로, 나도 발레 공연을 알아봤었는데 연말이라 일찌감치 마감이 됐거니와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포기했다.


아무튼 역에서 나와 리츠칼튼 호텔로 향했다.

리츠칼튼 바로 앞이 Okhotny Ryad역인데 환승이 되는 Teatralnaya역(볼쇼이옆)으로 나왔다.

리츠칼튼 호텔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앞에 고가의 외제차들이 즐비한 건물이 리츠칼튼 호텔이 맞다.


찾았으면 당당하게 로비로 들어간다. 여기에 묵지 않을 뿐, 나도 손님이다. 어깨 딱 펴고!
정문으로 들어가서 전방 앞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탄다. 탈 때 보면, 11층까지만 가는 게 있고 12층까지 가는 게 있다. 11층까지 가는 거 타고 계단으로 올라가도 되지만 난 12층까지 가는 걸 탔다.

무알콜 과일주스

도착하면 웨이터가 안내 잘 해준다. 800ml짜리 과일주스를 시켰다. 950 루블. 

다른 블로그들 보면 두 명이 와서 각자 800ml짜리 주스 하나씩 시키면 오히려 양이 많다고 하나만 시키라고 권하기도 한다고 하더라.


최고급 호텔 스카이라운지라고 생각하면 괜찮은 가격인 듯.

주문한 음료는 웨이터가 계속 따라준다. 내가 안 따라 마셔도 된다. 역시 고급 호텔이라 서비스가 다르다.

앉아서 홀짝홀짝 마셔가며 해가 떨어지길 기다렸다.

야외 테라스도 있는데 도저히 추워서 밖에 못 앉는다. 밖에 조금 나가서 몇 장 찍다가 손 시리으면 들어오고 또 나가고를 반복했더니 해가 저물었다.

크렘린, 붉은 광장, 성 바실리 성당, 구세주 성당, 모스크바국립대 등 모스크바가 얼추 다 보인다.
위치 감각이 뛰어나거나 이미 봤다면 스탈린 시스터즈를 찾는 재미도 있다.


오후 4시가 넘어가면서부터 하늘이 어두워지고 건물들에 조명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붉은 광장의 야경

확실히 야경 핫플레이스가 맞는 것 같다.

성 바실리 대성당을 위에서 볼 수 있는 곳

테라스에서 타임랩스도 돌려보고 미러리스도 찍고 혼자 한참 놀았다. 참고로 아이폰으로 찍은 야경 사진은 다 별로이다. 거리가 약간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미러리스로 찍은 것만 좀 제대로 나왔다. 장비가 더 좋으면 좋은 사진도 가능할 것 같았다. 역시 사진은 장비 빨.

화장실도 다녀왔는데, 지금까지 러시아에서 다녀왔던 화장실 중 최고인 것 같다. 호텔 이름값 한다.
이렇게 사진 찍고 화장실 다녀오고 놀았는데 아직 저녁 6시가 안됐다. 겨울에 러시아의 모스크바를 여행한다는 것은 밝을 때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이 하루에 네다섯 시간밖에 되지 않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아름다운 야경을 더 일찍부터 오래도록 볼 수도 있다는 말인 것 같다.

집에 오다가 본 볼쇼이 극장과 또다른 굼.


여행이 끝나고 인스타그램 검색을 하다가 같은 자리에서 찍은 모스크바의 New year 행사 사진을 한 장 찾았다.

장비가 좋고 후보정이 있었겠지만, 아무튼 명당인 거 인정?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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