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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피오 Jan 19. 2017

[베트남/사파]D2_사파에서 홈스테이 구하기

몽족 홈스테이, 셀프 공정여행

버스가 사파 중심지에 도착을 하고 탑승객들이 내리자 예상대로 전통복장을 입은 블랙 흐몽족 아주머니들이 주가 되어 호객행위를 한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레드 자오족들은 자기의 자리를 지키며 수공예품을 팔고 블랙 흐몽족들은 일일이 관광객들을 따라다니며 수공예품을 팔거나 홈스테이를 권한다.


간단히 스캔을 마치고 내 몸을 소수민족 사이로 노출시켰다.


그런데, 왜, 나한테는 왜 말을 안 걸지? 분명 눈 마주쳤는데...

살짝 당황을 했지만, 그렇다고 먼저 가서 홈스테이 구한다고 말하기엔 뭔가 찜찜했다. 먼저 말 건다면서 왜 나한테는 말을 안 걸지... 너무 돈 없는 가난한 여행자처럼 보이나? 일단 점심을 먹어야겠다.

이번 여행 첫 쌀국수

버스 내린 곳에서 가장 가까운 식당에 들어가서 쌀국수와 음료를 시켜서 먹으면서 다시 스캔을 시작했다. 이따금씩 식당에 들어와서도 호객행위를 하는데 번번이 나를 피해 간다. 왜지? 이상한 바지와 I love pho 가 적힌 티셔츠, 큰 배낭을 보면 딱 봐도 관광객인데 나를 피해 간다. 


'나 돈 있어요, 베트남 동이랑 달러 둘 다 있어요...'

사파의 랜드마크, 성당

이러다간 해가 떨어져 잠자리를 못 구하겠다 싶어서 소수민족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성당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젠장, 또 눈치만 보고 다가오지를 않는다.

내가 먼저 말을 걸고 홈스테이를 구한다고 하기엔 약간의 자존심이 상해서 소수민족 주위만 어슬렁 거리고 있는데 드디어 한 명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어느 나라에서 왔니? 혹시 홈스테이 안 할래?”

“한국에서 왔는데요, 홈스테이는 고민 중이에요.”


굉장히 설레었지만 나름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사전에 알아본 대로 몇 가지 정보를 얻기로 했다.

어떤 블로거가 집 가깝다는 이야기만 듣고 2~3시간 등산을 해서 집에 도착했다는 이야기를 보고 그래도 이왕이면 가까운 동네로 가려고 했던 것이다.


“우리 집 좋아~ 마을도 이쁘고 사람들도 좋고 따뜻한 물에 샤워도 할 수 있어!”

“아 그러면 여기서 걸어가면 얼마나 걸려요?”

“지금부터 슬슬 걸어가면 3시간?”


헐, 2시간까지는 한 번 걸어볼 마음이 있었는데 3시간이라니... 살짝 당황이 되었다.

그때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다른 몽족 아주머니가 슬며시 끼어들었다.


“우리 집은 2시간 걸려, 게다가 가는 길은 다 내리막이야.”


가는 길이 내리막이면 오는 길은 오르막이라는 소리이지만, 어쨌든 2시간 이내에 갈 수 있다는 소리에 나의 마음은 이미 그곳으로 향하였다.


“그럼, 미안하지만 난 2시간 걸리는 마을로 가서 홈스테이를 할게요.”


처음에 말 걸어준 아주머니께 살짝 미안했었는데 두 분이 뒤돌아서 뭐라 뭐라 말하더니 무언가를 건넨다. 커미션인가?

사파 중심의 상점들

어쨌든 대망의 베트남 소수민족 홈스테이가 드디어 눈앞으로 다가왔다. 지금 예비군도 아니고 민방위이지만, 나름 이기자부대 출신 아닌가! 배낭이 8킬로가 조금 넘지만 이 좋은 경치를 보며 걷는데 어때? 이러려고 캐리어 대신 배낭 가져왔잖아, 하며 스스로를 위안하며 아주머니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한 5분쯤 걸었을까? 오고 가는 오토바이 중 젊은 부부가 타 있는 한 대가 우리 아주머니 옆에 서더니 둘이 대화를 막 한다.

흔한 홈스테이집 가는길

“오 한 명 건지셨네요? 근데 서양인 아니고 일본인?”


뭐 이런 얘기 하나보다 싶었는데, 자기 아들이란다. 내가 트레킹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으니 배낭이 무거우면 오토바이에 실으란다. 내 가방에 비록 한국에서는 입기 힘든 여행전용 옷가지만 몇 벌 있다지만 이 옷을 다 잃어버리고 새로 구입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소수민족을 믿고 홈스테이를 한다지만 나는 이제 겨우 입국한지만 하루 된 외국인이다. 

배낭이 무겁지 않으니 점퍼만 맡기겠다고 하며 점퍼를 건넸다. 사실 버리려고 생각하고 가져온 점퍼였기에 잃어버려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컸다. 그렇게 오토바이는 내 점퍼를 싣고 흙먼지를 일으키며 유유히 시야에서 사라져 갔다. 그리곤 후회가 밀려왔다. 


이 몽족 가족을 믿지 못했다는 후회가 아니고 차라리 잃어버려도 좋으니 당장이라도 집어던지고 싶은 이 배낭을 오토바이에 싣지 못한 후회가 몰려왔다. 겨울에 행군 또는 산행을 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어느 정도 무게가 있는 배낭을 메고 걸으면 몸에 열이 나고 땀이 흐른다. 날씨는 선선하니 좋았지만 해발 1,600m 고산지대의 햇살이 여간 따가운 것이 아니었다. 사파 시내에서 남쪽으로 약 10여 km를 굽이굽이 내려가다 보면 몽족 집성촌인 라오차이 라는 동네가 나오는데, 트레킹을 하면서 다랭이 논(계단식 논)은 정말이지 실컷 봤는데도 질리지가 않았다. 

야생 맷돼지 새끼
호스트 몽족 아주머니
다랭이 논을 일구고 있는 몽족 여인들
호스트 아주머니와 전망대에서 한 컷

뉘엿뉘엿 넘어가는 햇살의 각도에 따라 반사되는 논의 모습도 아름다웠고,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과 돼지, 염소 등을 치는 어린 목동, 그리고 새로운 논을 경작하는 소규모 가족의 모습까지 사진으로만 보고 글로만 읽었던 모습이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우리 몽족 아주머니는 해 떨어지기 전에 집에 도착해야 한다고 해놓고서는 경치가 멋진 포토존만 나타나면 나보고 사진을 찍으라며 걸음을 멈추고 절경을 보여주시곤 했다.

소꿉놀이 중인 몽족 아이들
첫 휴식장소. 저 멀리 보이는 마을에 호스트 아주머니의 집이 있다고 했다.

2시간가량을 걸으면서 배낭을 벗고 쉰 것은 딱 한 번이었다. 앉아서 쉬는 것보단 한방에 다 걸어버리고 집에 도착해서 푹 쉬고 싶었지만 아주머니도 엉덩이 붙이고 한 번쯤은 쉬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한 번만 쉬고 집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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