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피오 Jan 18. 2017

[베트남/사파]D2_하노이에서 사파로

사파 익스프레스 버스 타고 사파로 이동

3월 8일 화요일


내가 맞춰놓은 알람보다 20분이나 일찍 눈이 떠졌다. 감기 기운에 잠자리를 설쳤다기보다는 습관 때문인 듯하다. 시차를 계산해 보니 (한국보다 2시간 느리다) 출근시간이다. 일을 그만둔 지 2주나 지났지만 7년간의 습관이 무섭긴 한가보다. 뭐 어쨌든, 일어났으니 힘차게 2일 차를 시작해보자.


샤워 후 체크아웃을 하고 사파행 버스회사로 걸어갔다. 숙소와의 거리는 도보로 5분 정도 거리이다. 이따금씩 빗방울이 얼굴을 스치지만 우산을 쓸 정도는 아니다. 사실 여행이고 출장이고 비와는 나름 인연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뭐 폭우는 아니니깐 이 날씨와 이 분위기를 즐기며 걸어갔다.


버스회사 직원들과 인사를 하고 오늘도 역시 카페 쑤다로 하루를 시작했다. 가만히 앉아서 다른 승객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데 딱 봐도 한국 사람인 여자가 들어왔다. 이번 여행 간 한국사람들과는 별로 놀고 싶지 않았기에 딱히 인사를 건네지 않았는데, 오지랖 넓으신 버스회사 직원분이 “너네 둘 다 한국 사람이네?” 하고 우리 둘을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서로 어색하게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나누었다. 이게 그녀와의 대화의 전부였다. 그녀도 딱히 한국사람과의 추억은 필요하지 않았나 보다.

오전 7시 정시에 출발한 버스는 오토바이와 차가 뒤엉켜있는, 호치민보다 더 좁고 곡선 형태인 하노이 시내를 재빠르게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똑같은 풍경만 나온다.

제법 쌀쌀한 버스 안에서 서울에서부터 입고 왔던 얇은 겨울 점퍼를 입고 잠에 들었다.

오전 11시.


휴게소에서 중년의 서양 아저씨가 말을 걸어온다.


“우와 너 바지 멋있다! 어느 나라 사람이니?”

“고마워요! 저는 한국인이에요.”

“그럼 이 바지 한국 전통 바지야?”


2013년도에 베트남 호치민에서 구입하고 동남아 여행 때마다 즐겨 입는 냉장고 바지 같으면서도 아닌 독특한 바지를 보며 신기한 듯 말을 걸어왔다.


“하하, 아니요 호치민에서 3년 전에 샀어요.”

“오 정말? 멋지구나! 나는 호치민에서 그런 바지를 본 적이 없는데.”

“다음에 같이 가면 그 옷가게 소개해드릴게요!”

“나이스! 꼭 호찌민에서 다시 만나길 바래 하하, 사파에는 며칠간 머무를 계획이야?”

“저는 2박만 하고 남부지방으로 내려갈 계획이에요.”

“저런, 사파를 2박만 여행하는 건 안타깝네. 내가 사파를 5번 넘게 가봤는데 정말 멋진 곳이거든, 혹시 날짜를 조정할 수 있으면 더 오래 있어봐. 정말 근사한 곳이란다!”

“아 정말요? 하하 그럼 고민 좀 해봐야겠네요!”


음, 진짜 고민 한 번 해봐야겠는걸? 숙소 예약은 안 해놨으니깐 상관없는데... 사파에서 하노이로 돌아오는 버스랑 하노이에서 호이안 가는 버스는 예약이 되어 있으니, 안 되겠다 헤헤.

뭐 일단 가서 즐겨보고 고민해보자. 이제 겨우 2일 차인데 뭔 걱정이냐! 좋으면 눌어붙는 거지.

다시 버스는 출발했고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옛 미시령 길과도 비슷하고 라오스 루앙프라방과 방비엥을 오가는 길처럼 좁고 곡선진 길을 자동차와 오토바이, 소수민족들과 소들이 뒤엉켜 오르내린다.

그리곤 내가 사진으로만 봐왔던 계단식 논들이 웅장하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베트남 라오까이 주의 사파. 라오까이는 중국 원난성과의 국경에 위치하고 있으며 1979년 중국과의 국경분쟁 때 중요한 전장으로 그때 단절된 철도는 지금도 이용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지금도 두 나라 간의 영토분쟁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지만, 베트남이 결코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 않는다. 베트남인들은 1979년 중국과의 분쟁에서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겼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그래서 베트남인들은 자부한다. 미국과 중국을 이긴 유일한 나라라고.

수도 하노이에서 북쪽으로 약 260km 지점에 위치한 사파는 한여름에도 최고 기온이 18도를 넘지 않는 해발 1,650m에 위치한 산악지대이다. 라오스,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는 특징도 있지만 전통적으로 다양한 산악 소수민족들이 몰려 살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블랙 흐몽족, 레드 자오족 등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으로 흐몽족은 라오스 북부와 고지대에 주로 살고 있는 라오 몽족과 비슷한 뿌리의 몽족(묘족)이다. 위치적으로 몽족은 주로 중국, 베트남, 라오스에 많이 거주하며 전 세계에 분포하는 몽족의 수를 합치면 약 900만 명 이상되는 거대한 민족이기도 하다. 2011년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휴가차 방문하여 더욱 화제가 되었던 곳이기도 하고 일 년 내내 따뜻할 것만 같은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눈을 볼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런 사파를 내가 찾은 이유는 딱 두 가지이다. 다랭이 논(계단식 논)과 소수민족 홈스테이!


블로그 검색을 해보면 사파에 도착하면 버스 근처로 소수민족 사람들이 다가와 물건을 팔거나 홈스테이 호객행위를 한다는 것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간간히 홈스테이를 여행사 안 끼고 호객행위를 하는 소수민족과 바로 진행했다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는데, 나는 후자를 선택하기로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베트남/하노이]D1_카페에서 하노이 한 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