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인문학으로 바라본 현대인의 풍속화’

<문학, 내 마음의 무늬 읽기>(엑스북스, 2019)

by readNwritwo

작가 진은영과 김경희의 <문학, 내 마음의 무늬 읽기>(엑스북스, 2019)는 마음을 돌보는 일에 지쳐버린 현대인에 대해 인문학과 예술의 시선으로 바라본 풍속화다. 두 사람은 6년 간 인문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차별’ ‘억압’, ‘혐오’, 자기 정체성의 고민에 빠진 현대인의 모습을 그려낸다. 인문학적 지식들이 사람의 삶과 어떻게 마주하며,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는지 빠짐없이 담아낸다. 두 저자는 3부로 전체적인 뼈대를 구성하고, 1부와 2부는 문학상담에 관해 이론적으로 접근하며 자기 삶의 예술가가 되는 것은 무엇이며, 문학적 활동으로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내 마음의 무늬를 읽는 열두 가지 방법을 담은 3부에서는 인문학과 예술을 이론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체험 과정을 소개한다.

<문학, 내 마음의 무늬 읽기>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문학 상담’이다. 작가 진은영과 김경희는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예로 든다. 두 사람은 이탈리아 화가 조토의 포레스코화를 보며, 자애를 의인화한 여인의 표정에서 자애가 없다고 이야기한 주인공 마르셀의 모습에 대해 “마르셀은 조토의 이 그림은 어떤 관상학적인 현실성과 진정성을 명백히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p.75)라고 말한다. 그들이 주목한 점은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성’이다.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보내는 공감, 긍정적이고 무조건적인 관심과 지지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그와 같은 경험들이 주는 자애로운 위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게 두 저자의 입장이다. 이들은 “내담자A는 상담자와 함께 이텍스트-내담자의 이야기를 읽고/듣고 그에 대해 공감하거나 비판하는 의견을 내고, 또 그 텍스트-내담자의 생각과 상황을 자기 문제와 연결시킴으로써 자기 성찰의 과정을 체험합니다.”(p.78)라고 답한다. 두 작가는 문학상담의 필요성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문학과 성찰의 대화 과정까지 끌고 간다.

작가 진은영과 김경희는 인간 조건의 이해와 성찰에 관한 두 가지를 언급한다. 하나는 사회적 문화적 환경에서 보평성에 따른 인식의 한계와 관성적인 사고 습관을 깨는 ‘이질성과 통찰력 있는 아이디어’(p.79)이고, 다른 하나는 ‘텍스트-내담자에서의 안전감’(p.79)이다. 두 저자는 “상담자와 내담자 모두에게 성찰성을 강화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주려는 것입니다.”(p.82)라며 “인문학적 통찰이 담긴 텍스트를 ‘함께 읽어 가는’ 이 특별한 읽기를 강조하는 것은 여타 상담과는 다른 문학상담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p.82)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함께 읽기의 중요성을 논하기 위해 영국 사상가 존 러스킨과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의 입장을 내세운다. 러스킨이 말하는 읽기란,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가장 지혜롭고 훌륭한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이며 데카르트에게 독서란, 무엇이든 훌륭한 책을 읽는 행위는 교양 있는 과거의 위인들과 주고받는 대담이다. 두 작가는 “위대한 책들은 우리가 답을 요구하는 물음에 답하는 대신 우리에게 스스로 질문할 욕구를 불어넣습니다.”(p.83)라고 이야기한다. 읽는 행위가 어떤 정답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개인의 깨달음이나 사유에 있음을 설명하는 대목 중 하나다.

<문학, 내 마음의 무늬 읽기>를 접한 독자라면, 예술과 인문학에 관한 종합적인 시선을 갖을 수 있다. 작가 진은영과 김경희는 예술과 인문학을 통해 다양한 삶의 가치관을 포착해내며, 인문상담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타인의 감정을 6년 간 들여다 봤다. 두 사람은 예술의 치유적 특성이 어디에 있는지를 탐색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한 평론가 수잔 손택의 말에서 한 가지 힌트를 얻는다. 세상에 만연한 ‘혐오’, ‘차별’, ‘억압’을 극복하기 위한 문학적 공상이다. 이들은 이해와 표현을 강조하며, 시를 읽는 과정을 통해 마음을 울리는 ‘푼크툼’의 세계로 안내한다.

<문학, 내 마음의 무늬 읽기>의 성취는 감상이란 행위에 대한 재정립이다. 작가 진은영과 김경희는 예술과 인문학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주목한다. 바로 ‘미적 체험 교육’이다. 두 사람은 “엘리트 예술 교육은 뛰어난 기량과 기예를 갖춘 경쟁력 있는 전문 예술가들을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p.29)라며 “사회의 요구에 부흥하거나 사회적 효용성을 갖는 데 필요한 수준을 넘어서 예술이나 인문학을 교육의 필수 내용으로 강조하는 경향에 대해서는 늘 우려의 목소리가 있어 왔습니다.”(p.29)라고 이야기한다. 그 중에 하나가 ‘예술가 교육’과 ‘기존 엘리트 예술 교육’이다. 이들은 인간의 활동적 삶을 ‘노동’, ‘작업’, ‘행위’로 정의한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견해를 예시로 든다.

여기서 핵심은 작업과 행위를 가리키는 그리스어 ‘포이에시스‘와 ‘프락시스’다. 둘의 구분은 예술 활동을 다른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라는 게 두 저자의 입장이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포이에시스는 사물을 제작하고 생산하는 행위이며, 프락시스는 공적 영역의 인간 활동이다. 전자는 개인의 ‘탁월성’이고, 후자는 개인과 타인과의 ‘관계성’이다. 작가 진은영과 김경희는 “탁월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선발하여 고도로 전문화된 교육을 수행함으로써 뛰어난 예술가로 만드는 것을 미적 교육의 최종 목표로 삼게 됩니다.”(p.32)라며 “현대 사회는 이미 정해진 (최고의) 방식으로 이미 정해진 (최고의) 내용을 전달하고 그에 따라 예상한 결과를 얻는 일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p.34)라고 답한다. 교육의 장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 삶의 전 영역에서 행위하고 시작할 줄 아는 창의적 인간이 사라지고 있다는 게 이들의 견해다. 창의적 인간의 부재를 지적하는 두 사람의 시선이며, 예술가라는 직업 역시 상품화되어버렸음을 시인하는 부분 중 하나다. <문학, 내 마음의 무늬 읽기>는 문학적 상상력과 치유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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