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삶에서 의미를 포착하는 인터뷰어 엘리너 와크텔’
작가 엘리너 와크텔의 <인터뷰, 당신과 나의 희곡>(엑스북스,2019)은 라디오 프로그램 '라이터스 & 컴퍼니' 진행 25주년을 기념해 가장 호평 받은 인터뷰집이다. 와크텔은 1990년부터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작가들을 만나 이들의 세계관은 어디서 시작됐는가를 물었다. ‘인터뷰, 당신과 나의 희곡’은 도리스 레싱, 앨리스 먼로, 앤 카슨, 조너선 프랜즌 J. M. 쿳시 등 작가 15명을 만난 기록이다.
작가 와크텔은 1947년 몬트리올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시라큐스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한 후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2015년에 <캐나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1987년 문학평론가로 라디오 방송을 시작한 이래 CBC 라디오 프로그램 'Writers&Company'를 1990년부터 30년 가까이 진행하고 있다. 2011년에는 뉴욕 페스티벌 어워드에서 ‘월드 베스트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선정되는 등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청취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인터뷰, 당신과 나의 희곡>에서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시간’과 ‘기억’과 ‘삶’이다. 저자 엘리너 와크텔은 작가의 삶과 세계관에 따라 달리 표현하고 있다. 조류 관찰을 위해 미국 여기 저기를 돌아다닌 소설가 조너선 프랜즌에게는 고독과 슬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검열의 역사를 견뎌낼 수밖에 없는 J.M.쿳시에게서 백인과 흑인이라는 갈등 속에서 증오의 시대성. 저자 엘리너 와크텔은 소설가 도리스 레싱의 생애에서 ‘불확실성’을 포착해 낸다.
책을 즐겨 읽지 않는 독자라면 소설가 오르한 파묵의 인터뷰를 읽으면 좋을 듯하다. 인터뷰어 엘리너 와크텔은 어떤 책과 사랑에 빠지는 화자를 그려낸 오르한 파묵의 소설 <새로운 인생>(민음사, 2006)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바로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책의 힘’이다. “어느 날 한 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의 인생은 소두리째 바뀌었다.”(p.123)라는 소설의 첫 문장 때문이다. 파묵은 “중상위층의 수줍음 많고 책을 좋아하는 저는 집에서 책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p.123)라며 “일단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책은 절대 당신을 떠나지 않습니다.”(p.123)라고 답한다. 누군가가 책을 쓰기도 하고 우리가 어떤 책의 내용을 쫓아간다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작가 와크텔은 직간접적인 파묵의 경험을 통해 지적 호기심의 세계로 안내한다.
<인터뷰, 당신과 나의 희곡>의 성취는 ‘작가의 자유정신’이다. 세계적인 작가 15인 중 소설가 이윤 리의 인터뷰에 그 의미가 담겨있다. 와크텔은 1970년대 후반 중구의 작은 신도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부랑자들>(2009)과 1989년 6월 4일에 일어난 톈안먼 광장 학살 사건을 바탕으로 한 <고독보다 친절한>(2014) 이윤 리의 소설을 소개한다. 그 사건으로 인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이윤 리의 경험 때문이다. 소설가 이윤 리의 말에 따르면 1979년 중국은 서구에 문호를 개방하고, 기술적-경제적 발전을 시작한 시기이며, 톈안먼 학살 직후 불안과 공포의 시절이었다. 두 사건은 일곱 살과 열 일곱 살 때 기억이다. 소설로 쓰고자 한 배경은 그녀의 경험적 사유였다. 리는 <부랑자들>에서 “여러 가지를 인식하고 세상을 보며 당황하기 시작한 때”(p.485)를 쓰길 원했다. <고독보다 친절한>에서 “이게 우리 시대의 중요한 순간이며 이제 이게 우리의 삶이다.”(p.481)라고 말한 친구의 이야기가 그녀에게 영향을 끼쳤다.
저자 엘리너 와크텔은 왜 현재의 중국이 아닌 과거 시대를 서술해야만 하는지 반문한다. 문학이 프로파간다여서는 안 된다라는 게 이윤 리의 입장이다. 리는 “오늘날의 웅장한 중국이나 웅장한 올림픽에 대해서 쓰고 싶다 해도 아마도 그 웅장한 표면 아래의 정말 어두운 무언가를 볼 겁니다.”(p.492)라며 “그 어떤 표면도 믿지 않고 그 아래로 들어가 그 밑에 무엇이 있는지 보는 것이 작가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p.494)라고 전한다. 그녀의 말에는 작가란 어떤 존재이며, 문학은 무엇인가라는 두 가지 질문이 담겨있다.
<창작에 대하여 : 가오싱젠의 미학과 예술론>(돌베개, 2013)를 쓴 소설가 가오싱젠의 문학적 견해는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오직 문학만이 정치가 말할 수 없거나 말하지 않는 인간 삶의 본 모습을 이야기한다는 입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가오싱젠은 ‘언어는 인류 문명의 최고의 결정체’와 ‘작가의 자유정신’을 언급한다. 그는 “치밀하면서도 쉽게 파악되지 않고 본질을 꿰뚫는 통찰로 사람의 지각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언어는, 이 세상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하나로 연결해줍니다.”(p.31, 창작에 대하여)라며 “문학은 지역적 역사적으로 형성된 사회습속과 인간관계까지도 뛰어넘어 인간의 본성을 꿰뚫고 인류 보편의 진실과 소통합니다.”(p.32, 창작에 대하여)라고 말한다. “정치나 사회, 종교, 관습 등 그 어떤 금기의 제재를 취한다 해도, 마지막에 존재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작품으로서의 문학 그리고 작가의 자유정신”(p.50, 창작에 대하여)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인간의 감정과 동기는 서서히 발전한다고 이야기하는 이윤 리는 “기자가 아니고, 따라서 그것은 픽션 작가로서 저의 자유”(p.493)라고 답한다. 두 사람의 의미는 서로 맞닿아 있다. 와크텔의 인터뷰 방식은 이런 사유를 끌어낸다.
<‘소설가의 자유정신’>
인터뷰어 와크텔 - 소설 속에서 동물들까지도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지요.
소설가 이윤 리 - 네, 그것은 아주 의도적인 결정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동물이 무척 많았어요. 우선, 1970년대에 소설 속 마을과 같은 작은 시에서는 동물이 실제로 인간과 공존했고 자기들만의 세계가 있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동물을 다루는 방식이 서로를 다루는 방식과 그리 멀지 않다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특정한 상황에서는 특히 그렇다고 항상 느낍니다. 그래서 이 소설에 동물이 많이 나오는데, 대부분은 죽지요. 저에게 동물의 죽음은 인물의 죽음보다 훨씬 더 가슴 아픈 것 같습니다.
인터뷰어 와크텔 - 사람들은 현재의 중국은 1970년대의 중국이 아닌데 왜 그 시대에 대해서 써야 하는지 묻습니다. 왜 과거를 흘려보내고 웅장한 올림픽이나 현재의 강하고 부유한 중국에 대해서 쓸 수 없습니까? 이런 질문에 어떻게 답하시겠어요?
소설가 이윤 리 - 음, 대답할 말은 많아요. 우선, 저는 문학은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학이 프로파간다여서는 안돼요. 제가 오늘날의 웅장한 중국이나 웅장한 올림픽에 대해서 쓰고 싶다 해도 아마 그 웅장한 표면 아래의 정말 어두운 무언가를 볼 겁니다. 저는 그 어떤 표면도 믿지 않고 그 아래로 들어가 그 밑에 무엇이 있는지 보는 것이 작가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1979년과 2009년은 별반 다르지 않아요. 인간의 감정과 동기는 서서히 발전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디킨스나 제인 오스틴을 읽는 겁니다. 그들은 다른 사회에 살았지만 우리는 그 인물들을 여전히 이해하니까요. 그러므로 1979년은 단순한 설정에 가깝습니다. 저는 그 설정에 관심이 있지만, 만약 이 인물들을 2009년으로 옮긴다 해도 1979년의 인물들과 아주 비슷하게 행동할 거예요. 저는 기자가 아니고, 따라서 그것은 픽션 작가로서 저의 자유라고 느낍니다.(p.489-493)
<‘변한 것은 삶의 상태다’>
인터뷰어 와크텔 - 당신은 약 1년 전에 10년 만에 베이징을 방문했습니다. 어땠습니까?
소설가 이윤 리 - 흥미로운 경험이었어요. 베이징에 가기 전에 다들 “아, 베이징도 중국도 정말 못 알아볼 거예요. 이제 새로운 나라가 되었어요.”라고 말했는데, 부분적으로는 사실이었어요. 겉모습이 너무나 많이 변했으니까요. 겉보기에 베이징은 딴 도시가 되어서 길도 알아볼 수 없었고 저희 집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10년 동안 떠나 있으면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요. 하지만 또 픽션 작가로서 저는 변한 것은 겉모습뿐이라고 진심으로 믿습니다.
저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부모님이 사는 동네에 갔을 때, 옛 친구들을 만났을 때―그들이 별로 변하지 않았음을 깨달았습니다. 변한 것은 삶의 상태일 뿐이었지요. 그리고 저는 항상 이렇게 말해요. 20년, 30년 전에는 배급을 받으려고 줄을 섰지만 이제는 돈을 벌려고 주식 시장에 줄을 선다고요. 제가 보기에는 겉모습의 변화일 뿐입니다. 탐욕과 질투 같은 인간의 감정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요. 아직 거기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역사에 갇힌다고, 혹은 역사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변하지 않은 것들을 보면 저는 무척 안심이 됩니다. 어떤 면에서는 그런 부분들 때문에 우리가 문학 작품을 쓰는 셈이니까요.(p.493-494)
<‘시대에 관한 증명’>
인터뷰어 와크텔 - 소설 <부랑자들>의 배경은 마오쩌둥이 죽고 문화혁명이 끝난 후 2년 반이 지난 1979년입니다. 그때 당신은 무척 어렸습니다. 일곱 살 정도였지요. 중국 역사 중에서 이 특정한 시기에 끌린 이유는 무엇입니까?
소설가 이윤 리 - 역사적으로 1979년은 중국이 기술적 경제적 발전을 시작하고 서구에 문호를 개방한 해입니다. 중국은 1979년 때문에 지금 우리가 아는 중국이 되었지요. 개인적으로 저는 여섯 살, 일곱 살이면 작은 인간으로서 세상을 보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일에 대처하기 시작하지요. 제가 여러 가지를 인식하고 세상을 보며 당황하기 시작한 때에 대해서 쓰고 싶었고, 그래서 1979년에 대해 쓰기로 했습니다.
인터뷰어 와크텔 - 이야기는 몇 달에 걸쳐서 진행되고 두 건의 처형으로 끝나는데,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 소설에서 무엇을 탐구하고 싶었는지 말해 주시겠어요?
소설가 이윤 리 - 중국의 어느 지방 도시에서 한 여인이 마오쩌둥 의장과 문화혁명에 반대하다가 반혁명이라는 죄목으로 10년 동안 투옥되었습니다. 10년 후 재심이 실시되었는데, 여자는 감옥에서 뉘우치지 않고 일기와 편지, 에세이를 썼기 때문에 반혁명으로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녀가 죽기 전에 신장을 꺼내 이식했고, 처형 후 사체에 수없이 끔찍한 일을 자행했지요. 그러자 같은 시의 사람들은 그녀를 위해 시위를 벌였고, 몇 주 후 이번 시위를 주동한 여자 역시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것이 제가 역사에서 가져온 사례였습니다. 제가 볼 때 두 여인은 영웅이었습니다. 자기 목숨을 바쳤어요. 정의를 위해서, 민주주의라는 꿈을 위해서, 또 삶의 그 모든 장엄한 테마들을 위해서 가정생활과 아이들을 비롯해 모든 것을 희생했지요.(p.485-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