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란 무엇인가>(민음사, 1998)
문학은 다만 인간이 <또한> 가치이며, 인간이 자신에게 제기하는 질문들은 항상 도덕적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특히 인간은 창의적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모든 상황은 도처에 깔려 있는 함정이며 장벽이다. 아니, 내가 잘못 말한 것 같다. 선택할 출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출구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마다 자신의 출구를 만듦으로써 자기 자신을 만드는 것이다. 인간은 매일 새롭게 만들어지는 존재이다.(p.383-384)
아무것도 문학이 불멸이라는 것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문학의 가능성, 오늘날의 그 유일한 가능성은 곧 유럽과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와 평화의 가능성과 결부되어 있다. 그 가능성에 걸어야 한다. 만일 이 내기에 진다면 우리들 작가로서는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또한 사회로서도 유감스러운 일이다. 내가 지적한 것처럼 한 집단은 문학을 통해서 반성과 사유의 길로 들어서며, 불행 의식을 갖추고 자신의 불안정한 모습을 알게 되어, 부단히 그것을 바꾸고 개선해 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요컨대 글쓰기의 예술은 어떤 변함없는 신의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며, 인간은 자신을 선택하면서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만일 글쓰기가 단순히 선전이나 오락으로 전락하게 된다면, 사회는 무무개적인 것의 소굴 속으로, 다시 말해서 날파리나 연체동물과 같은 기억 없는 삶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하기야 이런 것은 별로 중요한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세계는 문학이 없어도 넉넉히 존속할 테니 말이다. 아니, 인간이 없으면 더욱더 잘 존속할 테니 말이다.(p.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