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린치의 빨간방>(그책, 2008)
나는 장래의 영화작가들에게 자신이 진실로 믿는 바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DV의 가능성을 이용하라고 충고한다.
“영화작가 여러분, DV를 이용해 당신들의 목소리를 지켜라.”
제작사나 돈을 댄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무언가를 해서는 안 된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럴 때 언제나 역효과를 빚는다. 영화학교에 가서 수많은 고급 지식을 배우는 일도 좋다.
그러나 직접 영화를 만들면서 배워라. 오늘날에는 직접 해보는 데 큰돈이 들지 않을 수 있다. 직접 밖으로 나가 스스로 해보라. 당신의 작품을 출품할 수 있는 영화제가 수없이 많다. 영화제에 수없이 출품하다 보면 나중에라도 배급이나 재정 지원을 얻을 수도 있다.
내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DV 카메라는 ‘소니 PD150’으로 HD보다는 화질이 낮은 기종이다. 그래도 나는 이 낮은 화질을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소니 PD150’과 같은 소형 카메라를 좋아한다.
이 카메라로 찍은 화면은 마치 1930년대 영화 같다. 영화 제작 초기에는 감광유제의 선능이 뛰어나지 않아서 스크린 상에 나타나는 정보량이 적었다. 소니 PD 카메라로 찍은 것도 그렇게 보인다. 고해상도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어쩌다 영화 프레임 안에 뭔가 불확실한 것이나 어두컴컴한 구석이 있으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프레임 안의 모든 것이 수정처럼 맑게 보인다면, 그것은 그 자체일 뿐이지 함축하는 것이 없다. 불행히도 HD는 지나치게 선명하다.
편집실의 스크린으로 HD로 찍은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것은 일종의 공상과학 소설 속의 세계 같았다. 배경 에 금속 소용돌이형 받침대가 있어야 하는 부분에 목재 나사가 놓여 있는 것도 알아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니 HD 촬영용 세트를 짓는 일은 훨씬 어려울 수밖에 없다.(p.156-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