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린치의 빨간방>(그책, 2008)
영화전체의 아이디어가 한꺼번에 떠오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내 경우는 전체가 아닌 조각만 떠오른다. 최초의 아이디어 조각은 로제타석과 같다. 그것은 나머지가 어떠한지를 알려 주는, 퍼즐의 최초 조각이다. 영화의 나머지를 떠올릴 수 있게 해줄, 가능성을 내포한 첫 번째 퍼즐 조각인 것이다.
<블루 벨벳>의 첫 번째 퍼즐 조각은 빨간 입술, 푸른 잔디, 그리고 바비 빈튼이 부른 노래 <블루 벨벳>이었다. 그다음 조각은 풀밭에 떨어져 있는 잘린 귀였다. 그것이 전부였다.
당신은 아주 작은 조각에 불과한, 최초의 아이디어와 사랑에 빠져야 한다. 그러면 나머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풀려나간다.(p.41-42)
모든 것이 아이디어다. 당신이 아이디어에 충실하다면 아이디어로부터 당신이 알아야 하는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디어가 보였던 것처럼 보이게, 아이디어가 느껴졌던 것처럼 느껴지게, 아이디어가 들렸던 것처럼 들리게 계속하기만 하면 된다.
아이디어는 기묘하다. 왜냐하면, 당신이 뭔가 잘못하고 있을 때면 그것을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뭔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을 때, 당신은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다음과 같은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아냐, 아냐, 애초 아이디어와는 달라.”
(중략)
아이디어에 비춰 봐서 적합하다고 느낄 때까지 계속 바꾸게 된다. 온갖 요소를 주의 깊게 살펴보라! 종국에는 모든 것이 애초의 아이디어와 얼마나 가까운지를 깨닫고 놀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영화는 최종 완성판이 나올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므로 항상 주의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때로는 아주 다행스러운 일들이 생긴다. 그리고 때로는 우연히 전체를 하나로 꿰어주는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찾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는 고맙기 이를 데 없다. 그래서 자문하게 된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p.99-101)
“의식에 나타는 것에 형체를 부여하는 형식은 의식 내에 있어야 한다.” 우파니샤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