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근면 성실에 관하여>

‘00에 대하여’

by readNwritwo

2019년 나를 들어낼 수 있는 글쓰기는 서평밖에 없었다. 한 달에 두 편이 최선이었다. 진이 빠져 다른 글은 쓸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나는 많은 시간을 보내야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다. 책이나 영화가 나의 일상 대부분을 차지했다. 2019년 연말이 돼서야 내 삶에 어떤 모순이 드러났다. 일흔 일곱 권의 책과 백 다섯 편의 영화, 거기에 못 미치는... 턱없이 부족한 글쓰기 분량이 일깨워주는 듯 했다. 일상을 기록하는 글이 아니라 영화와 책에 대한 비평적 견해가 빠져 있었다. 생각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나에겐 글쓰기를 하기 위한 습관이 절실했다. 영화와 문학 비평, 서평, 소설 쓰기는 그만두기 어려운 행위이기 때문이다. 새해, 고민 끝에 내린 생각은 매일 한 두시간 글을 쓰지 않으면 책과 영화를 읽거나 보는 걸 스스로 거부하기다. 잘 지켜낼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어 한 가지 자극을 더 주기로 했다. 그건 그런 행위를 하는 인간의 삶을 살피는 것이다. 그 떨림은 번역가 이난아가 쓴 <오르한 파묵>이다.

소설가 오르한 파묵은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첫째도 인내요, 둘째도 인내요, 셋째도 인내"라 말한다. 바늘로 우물을 파듯이 글을 써야한다라는 게 파묵의 입장이자 작가 정신이었다. 강렬하게 다가온 예전 그 문장이 이제야 스며든 순간이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직업 정신을 발휘하는 피묵의 삶이며, 대중에게 작가라고 불리는 존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걸 지키는 '나'와 바라보는 '나'만이 알 수 있는 지독한 근면 성실이 가장 지키기 버겁다. 오늘, 그 무게감을 견디는 첫 번째 나의 마음가짐이다. 여기서 둘의 타협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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