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에서 건축은 어디에 머물러야 하는가’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 도시와 건축을 성찰하다>

by readNwritwo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 도시와 건축을 성찰하다>(돌베개, 2016)에서 우선 살펴볼 부분은 ‘건축’이란 무엇이며, ‘건축가’란 누구인가다. 작가 승효상은 “건축가는 자기 집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집을 지어주는 일을 고유 직능으로 한다.”(p.9)라고 답한다. 승효상의 말에 따르면 건축가의 직능이란, 다른 이들의 삶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사색과 성찰을 뜻한다. 바른 건축을 하기 위해 권력이나 자본이 펴 놓은 넓은 문이 아니라 고통스럽지만 좁은 문으로 들어가야 한다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저자는 건축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두 가지로 정의한다. 하나는 공학과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예술이다. 이런 분류는 건축을 시각적인 대상으로 본 결과이기에 그는 건축의 본질과 다소 차이가 있음을 언급한다. 글쓴이는 “어떤 건축에서 감동을 느낀다면 그것은 거의 다 그 건축 속에 빛이 내려앉아 빚어진 공간의 특별함”(p.29)이며, 보이지 않는 공간을 설명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그가 생각하는 건축 설계는 삶을 조직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인문학에서 출발하며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영화와 문학과 여행을 통해 인간의 삶을 알아가는 관점이 첫째이고, 둘째는 어떻게 살았는지 이해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며, 마지막은 왜 사는지에 관한 철학적 물음이다. 건축은 어떤 역할을 하며 삶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도시는 무엇일까? 건축가 승효상은 “도시는 익명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공동체다.”(p.30)라고 설명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민주주의의 도시에서는 평등과 자율성이고, 전제(專制)도시에서는 권력의 안전과 권위에 따른 조직화 된 계급구조이며, 산업 도시에서는 사람보다 효율과 기능이 우선이다. 저자는 합리와 이성을 절대 가치로 믿는 모더니즘과 반사회적인 모더니즘 두 가지 관점에 주목한다. 1955년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간 ‘마스터플랜’이다. 7만여 평의 땅 위에 11층 33개동의 아파트를 균일하게 배치하면서 흑인과 백인 가구의 지역을 나누고 모든 공간을 기능과 효율로 갖춘 마스터플랜은 ‘미래도시의 모범’으로 불렸다. 계급적으로 분류된 세대는 계층별 갈등을 일으켰다. 마약, 강간, 살인 등 각종 사회 문제를 야기했다. 도시는 범죄 소굴로 변모한다. 1977년 미국사회에서 이 방법은 폐기됐다. 이를 받아들인 한국 정부는 1970년대 경제개발의 성과를 이뤘다. 작가는 이런 성공에 의문을 제시한다. “지난 시대 우리는 서양화를 근대화로 착각하며 서양식 도시를 흉내 내고자 서양에서 폐기된 마스터플랜을 가져와 우리 땅”(p.73)에 앉혔기 때문이다. 그는 5년 만에 만들어진 50만 명이 사는 분당을 마스터플랜 기적의 한 예로 든다. 글쓴이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수도권의 땅들을 도륙 내더니, 영남으로 호남으로 심지어는 제주에까지 신기루처럼 연일 솟아났다.”(p.38)라며 “도시가 아니라 부동산이 성공한 것이다.”(p.38)라고 말한다. 비인간적이고 반사회적인 모더니즘의 거주 형식이라는 게 그의 입장이며, 인간의 삶과 개발과 효율이라는 문제에서 어떤 게 우선인지 되묻는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점은 ‘스펙터클 사회’다. 건축가 승효상은 “스펙터클 사회에 대한 우리의 추종은 이미 도를 넘어 있다.”(p.114)라고 답한다. 보이지 않는 폭력을 방조해서는 안 된다라는 승효상의 시선은 눈여겨볼만하다. 작가는 1995년 민선 지방자치 시행 이후 사회적 풍경에 주시한다. 가시적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 단체장이 바로 논란의 중심이다. 이들의 만행은 ‘랜드마크’, ‘테마 공원’, ‘축제’뿐 아니라 무분별한 개발 프로젝트로 이어진다. 스펙터클한 풍경을 만들기 위해 한국 사회는 너무 많은 대가를 치른다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글쓴이는 “우리의 삶은 그 속에서 늘 소외되고, 진정성은 겁탈당한다는 것이다.”(p.116)라며 “스펙터클한 시설이나 구화나 선전이 자주 나타나는 사회는 전체주의의 사회이거나 저급한 의식의 미개발된 사회”(p.119)라는 한국사회의 민낯을 드러낸다. 정치와 사회를 바라보는 그의 날선 시각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의 성취는 ‘삶’, ‘건축’, ‘도시’가 공존하는 접근방식과 해석에 있다. 건축과 건축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시작으로 ‘르네상스 시대 유행처럼 번진 이상도시 건설’, ‘합리와 이성을 절대 가치로 믿는 20세기 모더니즘 건축’, ‘우리 시대의 건축과 문화’ 등 여러 갈래로 퍼져 나간 작가의 사유를 엿볼 수 있다. 자연을 파괴하는 대상이 아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한국의 전통 양식 또한 빼놓지 않는다. 그는 화려한 건축물이 아니라 불규칙한 지형과 경사로 이어진 골목길에서 지혜와 영감을 얻는 건축가의 모습을 소개하기도 한다. 저자는 “건축 설계를 하는 건축가는 인간의 생명과 그 존엄에 대해 스스로 진실하고 엄정해야 하므로 심령이 가난해야 하고 애통해야 하며 의에 주려야 한다.”(p.19)라고 말한다. 한국사회에서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우선하는 건축은 어디에 머물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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