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정치적 경향성’과 ‘작가의 정치 성향’

<창작에 대하여>(돌베개, 2013)

by readNwritwo

문학이 존재 이유를 지니려면 결코 정치의 도구가 되어선 안 됩니다. 문학은 미약한 개인의 목소리로 돌아와야 합니다. 문학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감정과 감수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문학이 반드시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거나 정치에 일체 간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문학의 정치적 경향성과 작가의 정치 성향에 대한 논쟁은 20세기에 문학을 병들게 한 가장 큰 원인입니다. 이런 논쟁은 각각 보수주의와 혁명을 낳았고, 문학계를 진보와 반동의 싸움터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사단은 머릿속 장난일 뿐입니다. 이런 정치성이 권력과 결합하여 현실에서 하나의 세력을 이루면, 문학과 개인 모두 재앙을 맞게 됩니다.

(중략)

진정 사사의 자유를 원한다면 작가는 침묵하기보다 도망을 가야 합니다. 언어를 다루는 작가가 너무 오래 말이 없다면 그것은 자살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자살과 압제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살고 싶다면, 작가는 반드시 도망을 가야 합니다. 세계의 문학사를 돌이켜보아도 동서양의 사정은 다 마찬가지였습니다. 굴원에서 단테에 이르기까지, 제임스 조이스, 토마스 만, 솔제니친에 이르기까지,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중국의 지식인들도 모두 이런 도망자 신세가 돼야만 했습니다. 억압사회에서 작가가 자신의 목소리를 지키고자 한다면 불가피하게 처하는 운명이지요.

마오쩌둥은 독재정치를 행하면서도 도망조차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과거 봉건시대에 문인들을 비호해주었던 숲과 사원들까지 깨끗이 소탕해버렸기 때문입니다. 혼자 몰래 글을 써놓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랬다가는 생명의 위협까지도 각오해야 했으니까요. 누군가 자신만의 독립적인 사고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오직 혼잣말을 그것도 아주 은밀하게 해야 했습니다.

문학을 가까이 할 수조차 없었던 시기에야 저는 비로소 이런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문학만이 사람의 의식을 붙들어준다는 것을요. 사실 혼잣말이야말로 문학의 시작입니다. 세상과의 소통은 그다음입니다. 사람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언어에 담고, 책으로 쓰고, 문자로 표현하면 곧 문학이 됩니다. 그런 것으로 아무 이익도 기대할 수 없다해도, 그렇게 쓴 글을 언제 발표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해도, 그래도 써야만 합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위로와 즐거움이라는 보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략) 저 자신의 경험을 돌이켜보건대, 문학은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므로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충분합니다. 문학은 어디까지나 자기만족을 구하는 과정에서 탄생합니다. 작품의 사회적 효용은 작품이 완성된 이후의 일이죠. 무엇보다 이 효용은 작가 자신이 바란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도 아닙니다.(2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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