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에 대하여>(돌베개, 2013)
언어는 인류 문명의 최고 결정체입니다. 치밀하면서도 쉽게 파악되지 않고 본질을 꿰뚫는 통찰로 사람의 지각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언어는, 이 세상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하나로 연결해줍니다. 글로 기록된 문자는 고립되어 있는 개인을 다른 시대의 다른 민족과도 소통할 수 있게 합니다. 참으로 오묘한 힘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학창작과 감상의 현재성은 소유하기 힘든 영원한 정신적 가치와 만날 수 있게 합니다.
오늘날 민족 고유의 문화 같은 것을 강조하는 작가가 있다면, 저는 그가 작가라는 사실이 의심스러울 것 같습니다. 물론 저의 출생이라든가 제가 쓰는 언어에는 분명 중국의 문화전통이 배어 있습니다. 문화는 언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감정과 사유를 표현하는 독특한 방법을 결정합니다.
그러나 작가의 창조성은 언어가 사용되는 장소에서 사직되지만, 언어로 충분히 표현되지 않는 영역에서 더 호소력을 갖습니다. 언어예술의 창조자인 작가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민족적 딴지 같은 것을 굳이 지니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문학작품은 국경을 뛰어 넘고 번역을 통해 특정 국가의 언어도 넘어섭니다.
문학은 지역적 역사적으로 형성된 사회습속과 인간관계까지도 뛰어넘어 인간의 본성을 꿰뚫고 인류 보편의 진실과 소통합니다. 오늘날 작가들은 자국 문화는 물론 외국 문화에서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작가가 민족문화의 특색을 강조한다는 것은 자국의 여행 산업을 홍보하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개개인의 삶은 이런저런 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어디까지나 삶 자체의 논리에 따라 흘러갑니다. 마찬가지로 문학도 특정 이념에 갇히지 않고 일체의 국경과 민족의식을 뛰어넘습니다.
문학은 인간 삶의 곤경을 넓고 깊게 관조하며 그 어떤 금기에도 매이지 않습니다. 문학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한정짓는 태도는 대개 문학 바깥에서 옵니다. 주로 정치 사회 윤리 습속 등이 문학을 특정 테두리에 가두어 문학을 일종의 장식물로 만들어버린 하지요. 문학은 권력을 보완하는 소모품도 아니고, 사회적 유행에 풍격을 더하기 위한 액세서리도 아닙니다. 사람의 감정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심미야말로 문학작품을 판단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유일한 기준입니다. (중략) 문학작품을 통해 배양되는 감상 능력이란 작가가 작품에 불어넣은 시의와 아름다움을, 숭고함과 우스꽝스러움을, 연민과 황당무계함을, 유머와 풍자 등을 새롭게 체험하는 것입니다.(p.3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