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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s me Jun 20. 2020

‘작가와 작가의 소명’

<수전 손택의 말>(마음산책, 2015)

그렇지만 그들은 소설과 다큐멘터리 형식을 모두 활용하는 사회 역사가들이기도 했어요. 심지어 발자크도 그랬죠. 그러나 20세기의 문제는 조금 달라요. 기회가 훨씬 더 많아졌기 때문이죠. 작가가 코르크를 덧댄 밀실에 틀어박혀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엄청난 자기 절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해요. 그리고 작가의 소명은 아주 심오한 의미에서 반사회적이고 이는 화가들도 마찬가지죠. 누군가 피카소에게 왜 여행을 하지 않느냐고 물은 적이 있어요. 피카소는 절대 여행을 하거나 해외로 나가지 않았거든요.

스페인에서 파리로 갔다가 다시 남프랑스로 갔지만 절대 어디를 가는 법이 없었어요. 피카소의 답은 “난 머릿속에서 여행을 다닌다”라는 것이었어요. 그런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봐요. 어쩌면 젊었을 때는 그렇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어요. 아마 느끼면 안 될 거예요. 하지만 나중이 되면, 단순히 좋거나 유망한 정도에서 벗어나 작가로서 방대한 작품 세계를 갖추고 진짜 성과를 얻고 위험을 감수하는 지점으로 넘어갈 때가 되면, 그때는 수년간의 작업을 해온 작가나 화가에게 그런 선택이 진짜 가능성으로 다가오게 되고 그때는 집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거예요.(p.162-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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