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손택의 말>(마음산책, 2015)
조너선 콧 - 그러나 사고와 감정이 그러하듯 선생님이 아닌 것 역시 선생님의 일부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수전 손택 - 그럼요. 내가 나 자신을 표현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그건 내가 좋아하는 모델이 아니라는 얘기예요. 모두들 말했듯, 현대는 자의식의 시대예요. 과거에는 형식의 문제라든가 자기가 하는 작업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서 순진하다고 할 수 있는 진지한 작가들이 있었어요. 그런 사람들은 일종의 사회적 합의에 휩쓸리게 마련인데, 혹시 운이 좋아서 문화적으로 고조된 시기에 살면 손에 닿는 소재들이 워낙 훌륭하겠죠……. 뭐, 바로크 음악처럼 말이에요. 좋지 않은 바로크 음악은 거의 없는데, 몇몇 바로크 작곡이 다른 것들보다 좋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시 음악의 형식과 언어가 워낙 높은 수준에 올라 있었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이제 그런 시대에 사는 게 아니고요. 내가 아는 대부분의 작가들은-당연히 저 자신을 포함해서요-이제 모든 책이 다른 책과 차별화되는 무언가를 가져야 한다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조너선 콧- 제가 보기에는 <나, 그리고 그 밖의 것들>의 단편들은 모두 서로 다른 것 같던데요.
수전 손택 - <나, 그리고 그 밖의 것들>에는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건 제게 여덟 가지 서로 다른 작업 장식입니다. 전 오늘날 모든 일은 도약이고 위험이고 위협이며, 그게 바로 흥분이고 짜릿함이라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을 최대한 확장하고 초월하려고 노력하는 것 말입니다. 이에 필요한 집중력을 갖기 위해서는 순진한 상태로 일해서는 안 돼요. 다른 사람들이 자기한테 바라는 행위나 모습에 자아를 너무 많이 빌려주면 희석되거나 흩어져버릴 수도 있는 어떤 강렬한 내면성의 상태로 작업을 해야 하죠. 내 작업에 대한 타인의 생각이나 타인이 나에 대해 쓰는 글들을 너무 많이 접하고 읽어도 안 되고요.(p.168-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