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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ts me Jun 20. 2020

<서머싯 몸이 나에게 부러워 할 단 한 가지>

‘오늘의 고민’

“젊은 시절에 내 독서를 지도해줄 양식 있는 선생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정말 아쉬운 생각을 한다. 내게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책들을 읽으면서 낭비한 시간을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p.110)
 
소설가 서머싯 몸의 에세이 <서밍업>(위즈덤하우스, 2018)에 나오는 문장이다. 소설가의 소설가로 존경받는 그가, 신세를 한탄하며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이다니!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자신의 독서를 지도해줄 양식 있는 선생의 부재는 젊은 시절 그에게 치명타였다. 별 의미 없는 책을 읽어나며 낭비한 시간의 무게가 느껴졌다. 한편으로 좋은 책을 찾아 헤맨 그에게 격려를 해주고 싶다. 왜냐하면 나의 독서를 지도해줄 선생과 함께 읽고 쓰는 동료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말도 해야겠다. “불쌍한 서머싯 목 같으니!!! 고생 좀 했구나!!!” ​서머싯 몸이 나에게 부러워할 단 한 가지 사실만으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부러움과 좌절감을 맛봤다. 부러워할 수 있는 한 가지를 찾은 것만으로도 위안을 받는 편이 내 정신 상태에 좋을 듯 하다. 남의 그릇이 더 커 보이면 오히려 불만감만 더 쌓이니까. 좀 더 욕심을 내면 이 감흥마저 날아가기에 이런 문장을 발견한 자체만으로 만족한다.
 
숭례문학당에서 2014년 8월 27일부터 지금까지 책, 영화, 다양한 글쓰기로 내공을 쌓고 있다. 내가 능동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동료에게 받는 에너지가 더 많다. 마감을 지키는 이들의 집요한 태도는 프로 작가 못지않다. 자기 글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짊어지며, 옆에 지친 사람이 있을 때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나는 매일 모든 일에 의욕적일 수 없다.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객관적으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오늘 나의 글쓰기는 이들처럼 치열했는가.
 
책과 글쓰기로 연결된 신뢰 관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가 종국에 하고 싶은 것은 작가나 비평가다. 계속해서 동료들과 공부해 나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사실을 4년 째 접어들면서 조금이나마 깨닫고 있다. 항상 이들에게 감사한다. 격려하고 끌어주며 함께 한다는 그들의 존재는 나에겐 행운이다. 이게 바로 공동체의 매력이 아닐까.


“나의 하루 전부가 한 장정도 안 되는 종이 앞에서 지나간다.” -오르한 파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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