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혼자만 무리에서 이탈되었다고 느낄 때
아마도 코로나의 여파인지 요즘 부쩍 놀이터 모래 놀이판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기 힘들다. 나도 그곳이 길고양이들의 화장실로 인기가 많다는 소문을 들은 이후로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개미를 찾는 일이 요즘 딸아이의 새로운 놀이인 탓에 우리는 그곳에서 전세 내다시피 산책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엄마, 여기 개미가 있어!”
아이는 모래 속에서 모래보다 더 작은 개미를 잘도 찾아낸다.
“개미? 개미집은 저기 있어. 저기 나무 구멍 속에 개미가 우글우글했어!”
시우는 어느새 동생 옆으로 쪼르르 달려와 나경이 찾은 개미를 들여다보며 말한다.
“나경아, 우리 이 개미도 친구들이 있는 집으로 데려다줄까? 혼자 여기 있으면 외롭잖아. 여기 채집통에 넣어서 가져가자.”
내가 뭐라고 할 겨를도 없이 오누이는 일심동체가 되어 모래판에 있던 개미 한 마리를 채집통에 넣어 풀숲으로 뛰어갔다.
음식이나 음악은 편향되었고 새로운 영역의 도전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나는 익숙한 것을 고수하고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편이라 하는 게 옳은 표현일 것 같다. 그럼에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받아들이고, 거리낌 없이 시도하는 유일한 영역이 영화이다. 현존하지 않는 공간을 바라보고, 가까이서 호흡할 수 없는 인물의 마음마저 들여다보는 것은 영화만이 가진 매력 같다. 나는 특히 청춘영화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그 장면― 전학 온 아이가 반 아이들에게 첫인사하는 장면을 좋아한다. 구체적으로 묘사하자면 서울에서, 혹은 시골에서 전학 온 인물이 교실 앞문을 열고 선생님 뒤를 따라 교탁 앞으로 걸어가는 장면이다. 낯 선 환경에 처한 인물의 눈에는 꼭 눈에 띄는 아이가 클로즈업된다. 그들의 세상에 홀로 이방인으로서 맞닥뜨리는 상황, 그 속에서 선명하게 와닿는 친구가 생기는 첫 만남의 순간을 나는 늘 설레는 마음으로 꿈꿨다.
나는 한 동네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서 결혼하여 러시아에 살기 전까지 단 한 번도 그 동네를 벗어나 살아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내 학창 시절에 전학은 없었고, 심지어 학원도 교체 없이 모두 오 년 이상을 다녔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여러 학원은 익숙한 거리에서 낯설지 않은 모양새로 내 활동반경의 좌표가 되었다. 그러나 고등학교는 그 당시 내 인생 반경에서 가장 먼 곳에서 덩그러니 좌초하고 말았다. 7차 교육과정 고교평준화의 일환으로 연합고사 성적과 중학교 내신을 합산한 점수 대신 각자 지원한 1지망 학교 내 무작위 추첨을 통하여 고등학교를 배정받게 되었다. 소위 ‘뺑뺑이’로 자신이 원하는 고등학교의 당락이 결정되었다. 나는 뺑뺑이 이전까지 우리 동네의 유서 깊은 명문고였던 학교를 1지망에 썼고, 450명 정원인 그 학교는 그 해 980명이 지원하였다. 나는 당시 우리 지역의 16개 학교 중 남고를 제하고 15지망에 썼던, 무엇이라고 썼는지도 기억조차 나지 않았던 학교에 배정을 받았다. 아직도 고등학교 배정일 저녁의 우리 집 풍경이 눈에 선하다. 지방 국립대에 진학한 오빠는 자취방을 얻어 새로운 곳에서 배움을 넓혀 나가게 되었고, 나도 타의에 의하여 결정된 새로운 학교에서 고등학교 삼 년을 보내게 되었다. 아버지는 내 고등학교 배정 소식을 듣고 말없이 줄담배를 태우셨고, 책꽂이에서 지도를 한 장 꺼내 펼치셨다. 아버지는 펼친 지도에서 우리 아파트와 배정받은 고등학교에 노란 형광펜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나는 그제야 앞으로 내가 다닐 고등학교가 지금의 우리 집에서 얼마나 멀리 있는지, 내 고장이 이렇게 컸는지 처음 알았다.
한 번도 타본 적 없는 노선의 시내버스를 두 번이나 환승한 후 버스정류장에서 제법 걸어 들어가야 좁은 골목길에서 낮은 학교 건물이 나왔다. 공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고등학교와 주변 아파트는 건물의 고도 제한이 있었다. 우리 집 주변의 신식학교와 달리 왜소하고 낡은 학교의 모습을 보자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러나 곧 웅크리고 있는 갈색 벽돌 본관 건물 옆에 하늘색 페인트가 칠해진 신관과 대강당의 깨끗하고 활기찬 모습이 조금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대중교통으로는 도저히 통학이 불가능하였고, 그래서 입학 후 두 달 정도는 샛노란 유치원 셔틀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녔다. 나처럼 뺑뺑이 홍역을 치르는 이들이 적지 않았기에 삼삼오오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 먼 곳의 학교로 배정받은 아이들의 카풀이 성행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보다 빠르고 편했지만, 매일 카풀을 타고 45분을 소요하여 학교에 가는 건 녹록지 않았다.
“우리 이사 갈까? 네 엄마가 살고 싶다는 주택으로 이 기회에 이사 가자. 그 동네에서 학교까지 한 번에 가는 마을버스도 있다고 하더라.”
아버지는 내게 다시 한번 예의 그 지도를 펼쳐 전혀 들어보지 못한 동네의 이름을 말하며 손으로 짚어 주셨다. 손을 크게 벌려도 엄지와 약지에 들어오지 않은 지금의 집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이사 갈 집이 있었다. 우리 가족은 십 년 만에 정든 고층 아파트와 작별하고 아담한 전원주택이 도란도란 담장을 맞대고 있는 동네로 이사하였다. 동네 친구가 하나 없는 그곳에서 나는, 아니 우리 가족은 새로운 일상을 맞이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로 열일곱 반의 많은 학생 중 나를 알고, 내가 아는 학생은 다섯도 되지 않았다. 나는 아주 먼 곳으로의 이사를 감행하진 않았지만, 생각지 못한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전학생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나경아, 너의 첫 사회생활은 유치원이겠지. 코로나 탓에 굉장히 움츠러든 한국 교민사회에서 너와 같은 다섯 살 또래 친구들이 집집에서 속속 모여 한 반을 이뤄 한국어로 수업을 받는다 생각하니 감개무량하구나. 불과 삼 년 전만 하여도 네 오빠가 모스크바 한국학교 병설유치원에 입학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어. 그러나 지금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이곳의 상황이 네가 입학식을 무사히 치르고 네 사물함이 있는 교실에서 매일 아침 공부할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만을 엄마는 간절히 바랄 뿐이야. 유치원을 시작으로 너는 최소 두 번의 전학이 예정되어 있고, 그에 따라 우리는 몇 번의 이사를 거듭하게 되겠지. 엄마가 영화에서 선망했던 전학생의 모습을 나의 아이들이 하게 될 테고. 실력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원하던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을 때의 낭패감과 새로운 환경에 처했을 때의 두려움을 엄마는 기억해. 학교를 오가던 버스 안에서 이 노래를 매일 들었던 것 같아. 그때는 그렇게 생각 못했는데 대학까지 졸업하고 학창 시절을 통째로 돌이켜보니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의 삼 년은 새로운 시작점에 나를 서게 하였고, 더욱 나의 꿈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 것 같아. 친구도 마찬가지로 그 안에서 마음이 맞는 친구가 선명하게 내게 다가오기 마련이더라. 나경아, 엄마는 네가 어느 곳에 가든 그곳에서 너의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 생각해. 그리고 모든 시련은 겪어내면 모든 그 안에 유의미한 것들이 있음을 깨닫게 될 거야. 네가 혼자 무리에서 이탈되었다고 느껴도 결코 넌 혼자가 아니란다, 아가야.
***
Track 14.
조이박스(Joy Box) [Special]
I feel good I feel nice
나는 행복해 넌 나의 special
이순간 난 알겠어 너없인 단 하루도 살수 없다고
넌 나의 special and this is for you baby
(cho)yo lay yo lay yo laylay yo yo lay yo lay yo laylay
yo yo lay yo lay yo laylay yo~~
(I feel great )I feel so fine
다른 누구도 생각할 순 없잖아
넌 나의 special special special ye ye~
따뜻한 너의 그손길
아름답던 목소리
아직도 들리는 숨소리
달콤했던 그 향기 날 바라보고있던 그 눈빛
이제 조금더 가까이
이제 조금더 가까이
anything for you baby
yo lay yo lay yo laylay yo yo lay yo lay yo laylay
yo yo lay yo lay yo laylay yo~~ and this for you baby
yo lay yo lay yo laylay yo yo lay yo lay yo laylay
yo yo lay yo lay yo laylay yo~~ anything for you baby
yo lay yo lay yo laylay yo yo lay yo lay yo laylay
yo yo lay yo lay yo laylay yo~~ and this for you baby
yo lay yo lay yo laylay yo yo lay yo lay yo laylay
yo yo lay yo lay yo laylay yo~~ anything for you baby
yo lay yo lay yo laylay yo yo lay yo lay yo laylay
yo yo lay yo lay yo laylay yo~~ and this for you baby
sta ta la ta tala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