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련씨가 노오란 늙은 호박을 까고 있다. 울퉁불퉁한 늙은 호박은 껍질 까기가 쉽지 않다. 필링기로 얼추 벗기고 나면 칼로 다시 군데군데 꼼꼼히 벗겨내야 한다. 물론 나는 해보지 않았다. 민폐 손녀는 변하지가 않는다. 옆에서 말로만 씨부리지. “할머니 힘든데 뭐하시노” 내가 봐도 참 민폐다.
늙은 호박은 늙은 호박이 되기 전인 여름에 호박잎 부터 따먹는다. 물론 이것도 내가 딴 적은 없다. 옥련씨가 따와서 다듬어서 푹 삶아서 양념장을 만들어서 식탁위에 올리면 낼름 흰밥에 싸먹기만 한다. 고기 보다는 생선이 어울린다. 고등어 조림 살만 솔솔 발라 같이 싸먹는다. 여름 최고의 밥상이었다.
날씨가 추워져 늙은 호박이 진짜 늙은 호박이 되면 이젠 호박죽이랑 호박 찌짐을 먹는다. 호박죽도 좋은데 난 호박 찌짐이 더 좋다. 달달한것이 기름을 만나 바삭하니 짭쪼롬하다. 옥련씨가 다 깐 늙은 호박을 반은 삶고 반은 부침가루에 조물조물한다. 반은 호박죽, 반은 호박 찌짐이다. 오늘 저녁도 행복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