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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디짱 Oct 27. 2020

할머니의 귀염뽀짝 모먼트


요즘 옥련씨는 수프 만들기에 빠졌다. 큰이모집에 일주일 다녀오신  부터다.  어릴때 이모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딸이 없는 이모네의 수양딸이 되고싶었다. 이모가 거부했는지 엄마가 거부했는지 알수는 없다. 사실 최소디보다는 박소디가 어감이  낫다. 박소보다는 제일 특이한 성인 왕소디가 되고싶었지롱.


여하튼 나는 옥련씨가 이모집에서 일주일 동안 뭘 먹었는지가 제일 궁금했다. 옥련씨는 행동으로 답했다. 수프였다. 냉동실에 얼려놓은 옥수수를 삶아 갈아 체에 걸러 만든 옥수수 수프, 고구마를 삶아 갈아 만든 고구마 수프 등등. 일단 뭘 삶아서 우유와 갈아 끓이기만 하면 수프가 만들어진 것이다.


옥련씨가 오랜만에 낙이 생긴것 같아 뿌듯했던 나는 우유 조달에 열심이었는데, 옥련씨는 우유 입구를 뜯는데에는 재능이 좀 부족해보였다. 우유곽 입구엔 항상 고군분투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이래 뜯고 저래 뜯고 결국엔 다 쥐어뜯는, 그래서 흐물해져버린 우유곽을 매번 보게 됐다.  아, 그럼 플라스틱 뚜껑이 있는 우유를 조달해야겠다. 난 착한 손녀니까 옥련씨의 고군분투가 끝나길 바랬다.


어느날 옥련씨의 몇번째일지 모를 옥수수 수프가 좀 뻑뻑해보여 냉장고를 열어 우유를 찾았다가 빵 터졌다.  "할머니, 이거 어떻게 뜯은건데" "아니 이 우유는 여는 곳이 없더라고? 그래서 가위로 짤라뿟다아이가. 불량이다 불량" 멀쩡히 열 수 있는 마개를 놔두고 우유곽 끝을 잘라 수프를 만든 우리 옥련씨. 좀 귀여웠어 후훗.


문제의 그 우유곽!!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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