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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디짱 Dec 07. 2020

기승전 '아파트'

남편과 여동생과 외삼촌내가  차를 탔다. 코로나 탓에 미루고 미뤘던 이모의 집들이로 향하는 길이었다.  빼고는 모두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당산에서 외삼촌을 태우고 합정에서 여동생을 태워 강남으로 향했다. 양화대교를 건너고 다시 마포대교를 건너 서초동까지 향하는 45분의 시간. 스울 사람 셋의 이야기는 '기승전아파트'였다.


신호에 걸려 잠시 차가 섰을 때, 한강변 도로로 차가 진입했을 때, 어느 지하철역이 보일 때마다 셋은 아파트 이야기를 했다. 높다, 좋다, 비싸 보인다 3마디로 축약되는 내 감상평과 달리 그들은 이 아파트는 얼마였는데 지금 얼마다, 저 아파트는 어떤 호재가 있다, 요 아파트는 이 지역의 대장이다. 막힘없이 쉴 새 없이 억억 소리가 났다. 세상 물정을 몰라 엄마와 내가 걱정했던 여동생도 아파트 매물에는 빠삭했다. 너, 스울 사람 다 됐구나? ㅋㅋㅋㅋ 올해 서울에 입성한 남편도, 5년째 주말부부인 외삼촌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이 사람들, 진짜 스울 사람이구나? ㅋㅋㅋㅋㅋ


정점은 이모가 새로 이사한 아파트에 들어서면서였다. 이모네는 강남역 인근의 신축 아파트로 이사했는데 몇 달 전 남편과 내가 지나가면서 "와 이런데는 누가 살지" 하던 그 아파트였다. 주차장에 들어서자 백화점 같이 주차된 곳에는 빨간불, 주차 안 된 곳에는 파란불이 들어와 있다. 주차된 차들 중에는 국산차를 찾는 게 더 힘들었다. 이모는 전세로 이 집에 이사를 왔다. 이사 축하드려요~ 하자 매매도 아닌데 축하는 넣어둬 넣어둬 하셨다. 그런데 전세가가 그냥 보통 아파트 매매가보다 높았다. 뭐지. 이것이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강남 집값인가!!!!


요즘은 둘만 모여도 무조건 아파트 이야기다. 밥 먹으면서도 커피 마시면서도 선후배를 만나도 친구를 만나도 다 똑같다. 내가 사는 부산도 신축 아파트는 기본 10억이다. 누가 저런 아파트를 턱턱 살까 하지만 누군가는 다 산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억 오천 정도면 신혼부부 살 집은 마련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불가능이다. 집이 없어 결혼을 못한다는 게 그냥 말이 아닌 이유다.


홍콩에 놀러 갔을 때 유독 작은 호텔방에 놀랬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집값이 미쳤더라. 과장 조금 보태서 10평짜리 화장실 딸린 단칸방 같은 아파트가 10억이랬다. 집값이 비싸서 아파트가 좁고, 그래서 부엌을 못 두고, 그래서 사람들이 밖에서 밥을 사 먹고, 그래서 배달도 외식도 많고. 와, 홍콩 사람들은 이런 데서 어떻게 살까. 했었다. 그게 불과 3~4년 전이다. 실감도 안 나던 숫자 10억. 이제는 현실이 됐다.


인생은 한강뷰 아니면 한강 속에서 보는 한강뷰 ㅋㅋㅋ 그놈의 한강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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