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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디짱 Jul 31. 2020

맨발의 청춘, 그녀

토요일 오후 2시 스타벅스를 가본일이 없었다. 그래서 몰랐고 그래서 왔다. 알았으면 오지 않았을것을. 


어쨌든 토요일 오후의 스타벅스 명륜역점은 붐볐다. 주문대에 사람이 많아 각종 혜택을 포기하고 사이렌오더를 시켰는데 음료가 나오기까지 15분이 걸렸다. 나는 신메뉴인 더블 에스프레소칩 프라푸치노를 주문했다. 정신이 없던 직원은 내 음료를 만들어놓고도 나를 부르지않았다. 만들어진 음료를 한 3분 정도 째려보고 있다가 참지 못해 물었다. "혹시 이거 소식소디 껀가요?" 소식소디는 조금 먹는다는 소식, 그러니까 대식가의 반대말인 소식은 아니다. 많은이들이 그렇게 알고있지만. 


총 18분을 기다려 받은 뭐시깽이 프라푸치노는 흐물하게 녹아있었다. 국민학교 앞 문구점 포도슬러쉬 같이 얼음 갈린게 포사사삭 씹혀야하는게 프라푸치노이건만, 자리가 없어 두리번거리는사이 더 흐물흐물 녹아버렸다. 


그런데 창가 쪽 상석이 비어있다. 스타벅스에 혼자 온 사람들을 위해 의자가 높고 전방이 창가쪽으로 향해있는 자리. 나는 이 자리를 좋아한다. 옆에는 젊은 공부하는 여성이 앉아있다. 노트북과 공책과 문제집과 볼펜과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있다. 물론 두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것은 나로서는 이해할수없는 부분이었지만, 거리두기가 미덕인 세상이니까. 


그런데 이 여성이 양말을 신지 않은 발을 내쪽으로 놓여있는 의자에 올리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흠칫 놀라 바라본 옆자리에 그녀의 맨발이 보인다. 내 발도 잘 안보는데 그녀의 맨발은 멀끔허다. 자주색 페티큐어도 보인다. 아 여름이구나, 나도 칠해야지. 근데 아무리 멀끔해도 저렇게 의자에 맨발을 올리는건 아니지 않나 생각하는데 갑자기 자주색 메니큐어의 손이 발로 다가간다. 같은 색이네. 그 손이 엄지와 발바닥 사이의 그 어딘가를 긁는다. 긁는건지 뜯는건지 모르겠다. 비위가 확 상했다. 금방 쭉 빨아댕긴 프라푸치노 크림이 올라오는 기분이다. 뭐지 이 신박한 도라이는. 


어렵게 잡은 상석을 놓치기 싫어 그냥 손으로 내 왼 얼굴을 가리고 다시 책을 본다. 에어팟 끼고 유튜브 틀고책에 집중한다. 근데 아무것고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무것도 들리지않는다. 이미 나는 그 자주색에 꽂힌걸까? 다시 흘끗 본다. 내 옆자리 의자 그녀와 나 사이에 떨어진 공간. 그녀는 아까보다 더 적극적인 모습으로 의자에 맨발을 올린채 무언가를 벅벅대고 있다. 이번엔 크림이 올라오는 기분이 아니라 진짜 올라온다. 쓰면서도 올라온다.뭐지 아무리 내 상식이 니 상식이 아니더라도 내가 도라인가 아님 이 구역의 미친뇬이 너이신가 헷갈리네. 저 당당한 벅벅에. 


결국 6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테이블로 자리를 옮긴다. 3명이 이미 앉아있어 콘센트가 없다. 내 남은 배터리는 6%. 프라푸치노만 마시고 떠야겠다. 아까처럼 자리를 띄워앉은 젊은 여성이 자기 충전기를 뺀다. 내가 묻는다. "혹시 제가 콘센트 써도 될까요?" 옆모습 보다 앞모습이 이쁜 그녀가 답한다. "쓰시라고 제꺼 뺀거에요." 나도 그녀처럼 모르는 누군가와 말할때 꼭 밝게 웃으며 이야기하리라 다짐한다. 혹시나 무섭진 않겟지, 나의 웃는얼굴이. 책은 3분의1정도 읽었다. 내일은 출근이네. 창가의 그녀는 아직 앉아잇다. 맨발의 청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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