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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디짱 Jan 17. 2021

소익현이 솨롸잇눼

보고 또 본 영화를 또또 보는 걸 좋아한다. 특히 OCN을 지나치지 못한다. 광고까지 봐야 하는데, 잔인하고 야한 장면은 싹둑 잘려있는데, 그걸 또 보고 앉았다. 넷플릭스에 똑같은 영화가 있어도 그렇다. 살아가면서 선택할 일이 너무 많으니까 그냥 영화만큼은 선택당해 보고 싶은 마음도 쪼금 있다. 사실 넷플릭스에서 뭘 볼 지 선택하는 게 너무 어려운지도. 


리모컨을 멈추는 영화는 정해져 있다. 범죄와의전쟁, 타짜, 내부자들, 신세계 정도다. 다 영화관에서 봤던 영화지만 또 본다. 그래서 대사를 달달 외운다. 그리고 써먹는다. 칼칼한 동태탕을 먹으러 가서 선배가 곤이를 추가하길래 그 앞에서 이대 나온 여자처럼 "고니를.... 아세요?" 했다가 둘 다 터져서 고춧가루를 뿜었다. 마포대교를 지나가면 응당 곽철용 빙의해서 "남편아, 나도 순정이 있다. 느가 그 순정을 짓밟는 순간 그때는 그냥 깡패가 되는 거야!!"라고 소리치고(차마 남편에게 '새끼'라고는 못하는 지고지순 아낙네라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이새꺄"를 못써먹는 안타까움) 남편은 또 시작됐다는 표정으로 "소디야, 느는 이미 깡패야"라고 맞받아친다. 정청의 "드루와 드루와"는 뭐 입에 항상 붙어있고 뭔가 외로울 때마다 여관방의 장필우처럼 "고독하구만"을 흉내 낸다. 


족보 없는 개드립의 향연은 범죄와의전쟁에서 정점을 찍는데 유병재가 진행했던 '범죄와의전쟁 덕력 시험' 만점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상황에 맞는 명대사를 쫩쫩 내뱉는다. 특히 극 중 최민식이 분한 '최익현'은 가히 나의 뮤즈다. 고상한 예술계에만 뮤즈가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하정우를 "행배쿤"으로 부르는 최익현처럼 남편을 "후니쿤"으로 부르는 소익현이 나 혼자 웃겨도 즐겁다. 소익현은 일상생활에서도 이어진다. 나와 같은 성인 박 씨를 만나면 "실례지만... 어데 박씹니꼬?"를 내뱉고 남천동을 스쳐만 가도 "너거 고모 남천동 살제(사실 아빠 고모인데) 내가 어? 너거 고모랑 어? 밥도 묵고? 사우나도 가고? 어? 다했어"하며 깔깔거린다. 하이라이트는 싸울 때. 행배쿤한테 짜발리면서도 "내가 이깃으"하며 씩씩대던 최익현처럼 소익현은 맨날 후니쿤한테 지면서도 "내가 이깃으"라며 읊조린다. 


요즘 최익현 아내의 대사 "난리 났네 난리 났어"가 진짜 난리가 났는데, 나처럼 많은 이들이 아직도 범죄와의전쟁을 잊지 못하는 듯하다. 사실 이제는 이런 2000년대 영화의 드립이 조금은 지리 해지는듯해서 새로운 명대사를 찾고 싶지만 그만한 영화가 나오지도 않고, 또 영화관으로 보러 갈 수도 없는 나날들이다. 어여 '솨롸잇는' 신작을 '거 영화보기 좋은 날씨'에 영화관에서 보고 싶다. 나의 취미는 언제나 클래식하고도 클래식한 '영화보기'니까. 


행배쿤 등에 업고 기세등등한 최이켠이ㅋㅋㅋ 귀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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