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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디짱 Jan 26. 2021

주식은 신기루인가 (ft. 독거 노총각)

그릇을 샀다. 아니 질렀다. 누가 말릴 새도 없이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깨똑. 롯데카드 **만 원 승인, 박소디 님, 일시불. 살짝 손이 떨렸으나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세일 잘 안 하는 브랜드잖아. 평소 눈여겨봤었잖아. 그런데 30% 세일을 오늘까지 한다잖아. 그걸 난 오늘 알았잖아. 찬찬히 살펴보았다. 음. 구성 괜춘네. 밥그릇 2개 국그릇 2개 찬그릇 6개. 나 이거 가질 자격 있잖아. 이 정도는 사도 되잖아. 나, 돈 벌었잖아 >,<


이 꽁돈, 나의 셀트리온과 이마트와 엘지전자가 벌어준 돈이다. 알알이 모아 온 나의 피 땀 눈물. 그렇다. 전무후무 다시는 오지 않을 이 불장에 뛰어든 팔락팔락 불나방. 아묻따 매수로 코스피를 3000까지 끌어올린 동학개미. 주식의 주 자도 모르면서 일단 삼성전자부터 묻고 더블로 가는, 바로 내가 주린이 박소디올씨다.


자고로 주식이란 절대 하면 안 되는 악의 축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저금만이 살길이요, 안 쓰는 게 돈 버는 거다 하며 사회초년생부터 야곰야곰 모으기만 했다. 실제로 주위에 주식을 한다거나 투자를 한다거나 하는 친구도 없었다. 간간히 주식과 비스무리한 외국 펀드 같은걸 넣었다가 돈만 날려먹었다는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그런데 작년 여름부터 슬슬 주식 이야기가 스며 나왔다. 누군가 운을 떼기만 하면 야 너두? 의 향연이 이어졌다. 뭘 샀냐, 얼마 넣었냐, 그래서 얼마 벌었냐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인생은 주식을 하던 때와 안 하던 때로 나뉜다더만 그 말이 딱 맞았다. 소듕한 내 돈 어디에 투자해야 좋을지 짱구를 굴리려면 정보가 필요했다. 존재의 필요성을 매번 의심했던 경제신문을 보기 시작했다. TV 채널에서 지웠던 증권 방송을 찾아 틀었다. 경제신문이, 증권 채널이 그렇게 많은 이유가 있었다. 나만 몰랐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구분 못하던 내가 이제 기업의 재무제표를 보고 있다. 매일 아침 8시 50분, 증권사 앱을 켜고 종목 예상가를 보며 누워 있는 내 침대가 금융의 심장 여의도요, 뉴욕 월 스트리트다. 아, 주식 부심 차오른다!!


새로운 한 주가 열렸다. 월요일 아침 장도 열렸다. 화려한 빨간비가 나를 감싼다. 며칠 하락장이더니만 오늘은 불장인가. 코딱지만 한 돈으로 요리 넣어보고 조리 넣어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수익이 난 돈을 따로 두지 않았다. 그 돈 고대로 다시 다른 종목을 샀다. 그러면 나는 돈을 번 것인가 만 것인가.  만약 이 종목들이 폭락해서 돈들이 사라지면 난 무슨 돈으로 그릇을 산 건가. 나의 수익은 신기루인가. 그 와중에 내가 방금 판 이 종목은 왜 팔자마자 만 원이 오르는가. 수천, 수억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가. 고작 3주 3만 원에도 미친년 널뛰듯 기분이 오락가락하는데. 이렇게는 몬산다. 이제 주식 정리해야지. 하면서도 세상 모든 미련 덕지덕지 붙이고 개미는 오늘도 뚠뚠 호가창을 뚠뚠 째려보네.


주식해서 커피사고 그릇사고 맛난거사묵즈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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