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시작은 들뜸 스튜핏이었으리라. 부산턱별시로의 이사. 진해에 1년간 처박혔던 우리는 신이 났다. 특히 나와바리로의 컴백만 고대하던 내가 제일 신이 났다. 이사 후 텅텅 빈 냉장고를 채워야지 하며 짐도 풀기 전에 코스트코로 향했다. 진해에선 가장 가까운 코스트코가 시를 넘어 40분 거리였지만 새 집에서는 10분 밖에 안걸린다. 어서와 턱별시는 처음이지? 아기의 ootd를 차도남에 맞춰볼까. 새 모자와 새 옷을 입혀 카트에 태웠다. 잠바는 던져버린채.
정작 코스트코에선 뭘 사지도 않았다. 괜히 갔나 싶었는데 아기가 기침을 시작했다. 진짜 괜히 갔나 싶었지만 사 온 부대찌개와 녹두전이 짱맛이었다. 야무지게 먹고 언능 재우고 짐정리 해야지 했는데 아기의 기침이 잦아들지 않았다. 새벽부터는 아예 잠을 못 자고 기침만 해댔다. 응급실을 가니 마니 하다가 제일 가까운 아동병원으로 오픈런했다. 병원 엘리베이터에는 오전 6시30분 부터 접수를 받는다는 공지가 붙어있었다. 진짜 도시 맞네. 진해에선 필요없던 오픈런이었다.
대기표 6번을 받았는데 의사를 못 만났다. 아기의 고열이 코로나가 아니어야 했다. 가을에 코로나 했는데요. 얄짤없었다. 코 찌르고 결과 기다리는 동안 순번은 뒤로 뒤로 밀렸다. 힘겹게 만난 의사는 아기의 병을 폐렴으로 진단했다. 입원을 강권했다. 또 그 짓을 해야되나. 코로나때 이미 겪었던 2박3일이었다. 선생님, 며칠쯤 걸릴까요. 최소 일주일 봅니다. 병실은 1인실이구요. 하루 19만원 짜리랑 17만원 짜리 있어요. 간병은 누가 하실꺼죠? 둘 다요. 코로나 때문에 같이는 못있어요. 그리고 두분다 검사하시구요. 아 저는 코로나 두번 걸렸는데도 또 찔러야하나요. 그렇게 우리는 두당 삼만원씩 내고 교대로 아기를 간병할 자격을 얻었다.
반 죽상을 하고 올라간 병실엔 1인용 매트 하나 덩그러니다. 그 매트를 세개만 깔아도 병실이 꽉 찰 크기다. 어째 가습기 하나가 없냐. 깨끗했는데 깨끗만 했다. 19만원 짜리로 할 걸 그랬나. 거긴 17만원 짜리 보다는 조금 넓다고 하던데. 여관방보다도 못한 병실에 남편과 아기를 넣어놓고 집으로 향했다. 집이 아닌 곳에서 아기가 일주일을 살기위해선 얼만큼의 짐이 필요할까. 이사 하자마자 다시 또 이삿짐을 싼다. 동래아동병원 706호로의 이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