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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디짱 Apr 10. 2023

명란김밥에 부쳐

워킹맘의 주말이란 무엇인가. 쉬는 날이 무어더냐. 눈뜨자마자 밥을 먹고 어린이집으로 직행해 눈감기 전에 애미와 마주하는 아기가 하루종일 애미를 독차지하는 날 아니더냐. 더군다나 우리 집 아기의 애비는 주말에만 집에 오지 않느냐. 아기는 모두가 모이는 주말만을 기다렸을 터. 애미는 일요일에도 일을 한다지. 뭐시 중헌디. 내 한 몸 바스러지더라도 까르르 웃는 아기 한 번 보겠다고 어기적 어기적 나갈 채비를 하는 일요일 오전 10시 어드메였다.


명란김밥이란 무엇인가. 연애시절 애비가 말하지 않았더냐. 소디야, 이상하다. 왜 꼭 니랑 놀러 가는 곳엔 유명한 김밥집이 있지? 애비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교리김밥이 있어서 경주에 놀러를 가고 톳김밥이 있어서 거제에 놀러를 간다. 오는정김밥이 있어서 비행기를 타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오늘의 나들이도 명란김밥을 먹기 위해 행선지를 정했지. 바로 부산시민공원이다.


부산시민공원이란 무엇인가. 부산에선 하야리아공원으로 더 자주 불리는 곳. 사실은 주한미군 하야리아 부대가 있던 곳. 서울 용산 미군부대의 위치나 면적이 그러한 것처럼, 하야리아부대 또한 얼마나 기똥찬 위치에 얼마나 넓을지 상상이 되시는지. 잔디 부분만 축구장 면적 6개가 넘는다고요. 도심 한복판의 공원 옆 부산 최대 재래시장 부전시장과 맞닿았다고요. 부전시장에 그 유명한 명란김밥이 있다고요.


그리하여 다시 명란김밥이란 무엇인가.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줄이 보인다. 김밥도 보인다. 이 집인가? 아니다. 이 집은 아류다. 50미터 옆에 ‘찐’ 명란김밥이 보인다. 얼마나 맛있었으면 얼마나 자신 있었으면 상호명이 메뉴명일까. 마침 줄도 길지 않다. 않다? 않다. 줄은 가게를 넘어 코너를 돌아 내가 가늠할 수 없을만치 늘어져있다. 물론 나는 기다리는 편이다. 단 아기가 없었을 때. 나는 아기가 있다. 아류도 맛있을 거야. 못내 정신승리하며 줄이 길지 않은 집에서 명란김밥을 산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재차 묻는다. 부산시민공원이란 무엇인가. 부산의 별명은 노인과 바다. 노인과 바다밖에 없는, 저출산 고령화 쌍따봉의 도시인데 지금 내 앞에 펼쳐진 애들의 향연은 무언가. 부산의 얼라란 얼라들은 여기다 다 모아놓은 것인가. 씽씽카를 타고 모래놀이를 하고 비눗방울을 불며 까르르 까르르하는 남녀소소들의 장면이 일부러 연출한 것마냥 기이하게 느껴진다. ‘노’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행복한 시민공원에서의 한때.mp4라는 동영상에 등장하는 가족 1처럼 애미와 애비와 아기도 돗자리를 펴고 명란김밥을 꺼낸다. 목이 말라 탄산수를 마시는데 아기가 흥분해 탄산수를 뺏으려 하네. 요놈 맛 좀 볼 테야? 처음 느끼는 탄산의 끼리뽕쌈함에 아기는 찡그리고 애미 애비는 그게 귀여워 웃는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나날들과는 호떡 뒤집듯 정반대인 나날들이 이어지는 요즘. 어쩌면 이런 나날들을 위한 지금까지였는지도 모르겠다. 마무리가 어렵다. 짜가리 명란김밥 맛없음! 꼭 찐 가게에서 드세요!! 찡긋.


인증샷은 필슈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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