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디짱 Jun 06. 2023

이 맛에 이마세 듣는다는데

선배는 술만 먹으면 그렇게 유키노하나를 찾았다. 사장님. 혹시 음악 선곡 바꿀 수 있나요. 나카시마 미카의 유키노하나 틀어주세요. 소주를 마시며 그렇게 두 눈을 감고 유키노하나를 흥얼거렸다. 뭔 꼴값이지. 선곡을 바꿀 수 없는 술집에서는 벅스뮤직에서 유키노하나를 틀었다. 십수 년 전에는 벅스뮤직이라는 게 존재했었다. (ㅋㅋ) 카제가~ 츠메타쿠우 낫떼~ 후유노~ 니오니가 시타~ 소로소로 코노 마치니~ 키미또 치카 쯔케루~키세츠가 쿠루~ 하도 들어서 가사도 외워버린, 우리나라에선 박효신이 리메이크한, '눈의 꽃' 이다.


음악적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게 청소년 시절이랬다.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땐 아이돌이 성행했다. 반 아이들 대부분이 신화와 지오디의 팬이었다. 반에서 좀 조용하고 말수도 적은 애들은 혼자서 좋아하는 가수가 있었다. 이 가수는 누구야? 어 일본의 엑스재팬이라고, 있어. 티비에선 일본 유명 가수라는데 개그맨인가 하는 사람도 나왔다. 스마프의 초난강이었다. 한국의 아이돌에 비길 바가 못됐다. 보아가 일본서 크게 성공한다는 뉴스가 도배됐다. 제이팝, 제이팝 하더니만 별 거 없구먼 하고 엠피쓰리 이어폰을 꽂던 나였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몰랐다. 내가 즐겨 듣던 곡들이 다 일본곡 리메이크라는 사실을. 비겁하다~ 욕하지마~ 캔의 내생에 봄날은도 일본곡, 알러뷰~ 사랑한다는 이 말 밖에는 해줄 말이 없네요 포지션 아이러브유도 일본곡, 원하는 좋은 사람 나타날 때까지~ 더넛츠 사랑의 바보도 일본곡, 사랑이! 타오르던! 커다랗고 검은 그녀의 눈 동 자 안에서~ 컨츄리꼬꼬의 오마이줄리아는 가사까지 번역한 일본곡이었다. 아직도 듣는 이 곡들이 일본곡인걸 알았을 때 어찌나 배신감이 들던지. 제이팝 무시할게 아녔네. 라디오, 지상파에서 일본 노래 안 틀면 뭐 하나. 이렇게 쥐도 새도 모르게 일며들고 있는데 말이야.


하교하는 초등학생 네다섯이 떼창을 부른다. 도떼모 이이요나 요루다케도~ 도요메키 키라메키토 키미모~ 지금 제일 핫한 일본가수 이마세의 나이트댄서였다. 몇 년 전 유치원생들이 사랑을 했다~ 우리가 만나~ 지우지 못할 추억이 됐다 를 부르며 지나갈 때보다 더 충격받았다. 듣고 나니 나조차도 흥얼거리게 된다. 인기에 힘입어 한국어 가사버전까지 나왔다한다. 아이묭, 레드윔프스도 인스타고 유튜브고 난리다. 과거에 빚지지 않은 z세대. 그들에게 역사는 역사고 문화는 문화다. 


이마세의 인기란 대다나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음소희와 다음소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