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절친 만날 시간도 없는데 절친 엄마 만날 시간은 더 없다. 오랜만에 절친의 집으로 향한 날. 아기와 동행해 놀러 간 날. 정말 오랜만에 절친의 엄마를 만났다. 더듬어보면 절친의 결혼식에서 보고 처음이다. 10년도 족히 넘었다.
절친의 엄마도, 나의 엄마도 우리들의 아기를 키우느라 고생이다. 아이를 낳고도 일을 놓지 않은 딸내미의 구원자는 엄마뿐이다. 월요일 아침에 출근해 금요일 저녁에 퇴근하는 절친의 엄마와 금요일 저녁 그 집에 놀러 간 내가 집 현관에서 마주쳤다.
내가 한창 아기가 생기지 않아 욕을 봤을 때, 절친의 엄마도 엄마의 마음으로 걱정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런 딸내미의 친구가 아기를 데리고 집에 왔으니 절친의 엄마도 너무나 반가우셨으리라. 그리고 그 아기가 너무나도 예뻤으리라. 그래서 튀어나오셨으리라. “디쨩아, 니보다 훨씬 낫다!”
가방을 메고 갈 채비를 하던 절친의 엄마는 바로 가방을 내려놓고 아기를 이리보고 저리보고 요리보고 조리 봤다. 그러고서는 몇 번이고 나보다 훨씬 낫다는 말을 하신다. 아기에게 기어이 지폐 한 장 쥐어주시고는 더 주지 못해 아쉬워하시며 돌아가셨다. 절친은 “아니 엄마 왜 보자마자 무례한 말을 해” 라며 난감해했다.
사실 나는 기분이 억.수.로. 좋았다. 그러면서 억.수.로. 좋아하는 내가 너무 웃겼다. 칭찬일까? 생각할 새도 없이 억.수.로. 좋았다. 아기가 예쁘다는 말이 좋다. 아기가 잘생겼다는 말이 좋다. 아기가 귀엽다는 말이 좋다. 아기가 똑똑하다는 말이 좋다. 아기가 빠르다는 말이 좋다.
아기와 산책할 때, 엘리베이터에서, 슈퍼에서 종종 듣는 그 말에 나는 아이고 아니에요 손사래를 치지만 사실 속으로는 기분이 째진다. 순간의 정적을 이기지 못해서, 그냥 아기가 보여서, 선심 쓰듯 하는 그 말에도 기분이 째진다. 그러곤 생각한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엄마인가. 자식 이야기에 헤벌레 하는, 그저 자랑하고 싶어 안달하는, 그러면서도 체면 차리며 엣헴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