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그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짠나의일기 Jul 16. 2016

좋은 직장상사를 만난다는 것

고마운 나의 대리님

5년 전, 계약직으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자존심도 상하고 그런 내 자신이 한심했다. 계약직에 대한 미묘한 차별과 애매모호한 태도로 업무에 대한 보람도 느끼지 못했고 무엇보다 낮은 자존감으로 우울했다.

그때 나를 유일하게 계약직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봐 준 사람이 있다. 내가 하는 일에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줬고, 업무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해주셨던 고마운 대리님


벌써 대리님을 만난 지 5년이 넘어간다. 지금 우리는 각자 다른 직장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그때보다 더 돈독한 관계가 되었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계절에 한번씩은 만나 일상을 공유하고 그때를 추억한다.


그때의 대리님은 과장님이 되었고 그때의 계약직은 대리가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나에게는 대리님이고, 난 사원이다.

당시 내 주변의 계약직 친구들은 소모적인 업무에 지쳐있었다. 반면 대리님은 나에게 업무의 한 부분이 아닌 전체를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주셨고 그 경험은 나로 하여금 업무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줬다.

결과적으로는 지금 회사에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가 됐다.

사실, 직장에서 좋은 상사와 사람을 만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관계가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서로에 대한 예의와 배려 때문이 아닐까 싶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가끔씩 친하다는 이유로 예의 없이 행동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늘 상사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아무리 사소한 리액션에도 반말은 절대 하지 않았고 맛있는 점심을 사주실 때면 커피는 늘 함께 마셨다.

죄송한 일이 생기면 정중하게 사과 했고 고마운 일이 있을 때는 늘 감사함을 표현했다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서로의 생일을 챙겨주고, 출근 길에 가끔 생각날 때는 시시콜콜한 문자로 서로의 일상을 공유했다.

누군가가 본다면 피곤할 수 있겠지만, 사실 예의와 배려는 그 사람을 진심으로 좋아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우리는 직장상사 관계를 넘어 마음 잘 통하는 언니와 동생 선배와 후배 같은 관계가 되었다.

집보다도 더 오래 머무르는 장소가 직장인데 그 수많은 시간 속에 만나는 사람들을 단순히 상사로만 대하기에는 내 시간이, 우리의 시간이 너무나 아깝다. 적어도 한 명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줄 수 있는 내 편이, 내 사람이 있었으면 한다.


우리의 만남이 직장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봐야 하는 관계가 아니라 보고 싶고, 또 만나고 싶은, 호랑이 기운 넘치는 그런 신나는 관계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집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