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감이 넘치는, 화려한
금요일 휴가를 내고 짧게 2박 3일 오사카를 다녀왔다. 짧은 일정이라서 빠듯한 계획을 짜지는 않았고 맛있는 음식 실컷 먹고, 예쁜그릇 실컷 구경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서방과 함께하는 첫번 째 여행이라 싸우지 말고 다정다정 다녀와야겠다고 다짐했다.
우리는 금요일 아침 9시 비행기를 예약했고, 새벽부터 헐레벌떡 움직였다. 7시쯤 공항에 도착했고 티켓팅 줄을 서는데... 갑자기 캐리어가 열리지 않았다. 어제까지 분명 잘 열고, 잘 닫았는데....순간 우리는 당황했다. 서방은 땀을 한바가지 흘려가며 비밀번호를 계속 리셋했다. 다음번이 우리 차례인데.... 열려야 하는데.... 혹시 몰라 다시 캐리어 비밀번호를 조정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캐리어가 열렸다. 우리 둘다 허겁지겁 캐리어를 열고, 티켓팅을 한 후 탑승을 기다렸다.
티켓팅 시간이 늦어져, 탑승 시간도 촉박했는데 탑승지가 변경되었다. 우리는 급하게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비행기는 일정 문제로 연착되었다. 우리는 2시간정도를 더 기다렸고 2시쯤 오사카에 도착했다.
캐리어를 끌고, 에어비엔비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결혼 후 첫 여행이라 연애 때도 하지 않았던 커플 운동화를 신고 갔다. 그런데 새 운동화가 문제였다.
15분쯤 걷고 나니, 서방 발꿈치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절뚝절뚝 우리의 오사카 여행이 시작됐다.
근처 편의점에서 밴드를 사서 붙였다 뗐다를 반복했다. 결국 그릇시장은 나 혼자 가야만 했다.
일본 그릇시장인 도구야스지는 우리나라의 남대문 시장과 비슷했다. 가격도 저렴한데 품질도 좋은 그릇들이 많았다. 그 곳에서 일본식 그릇과 수저받침, 도쿠리를 샀다.
그리고 일본 무인양품에도 들렸다. 확실히 우리나라보다는 제품의 종류도 많고 가격도 저렴했다. 아마 시간과 돈이 많았다면 무인양품에서 하루종일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그릇쇼핑을 끝내고, 난 양손가득 무거운 그릇을 들고 해맑게 웃었다. 순간 서방은 그릇꾸러미를 보며 정색하고 화를 냈다.
이렇게 많이 사면 어떻해?"
억울했다.
단지 엄마에게 선물로 줄 면기를 사느라 부피가 큰 것 뿐이였다.
여행와서 산 그릇 몇 개 때문에 화내는 서방이 미웠다. 그리고 10분쯤 지나 짜증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여행하는 내내 난 계속 뾰루퉁 했다.
늦은 저녁시간, 오사카의 메인거리인 도톤보리로 향했다. 도톤보리를 상징하는 네온 사인 앞에서 사진도 찍고, 쉴새 없이 길거리 음식을 먹었다.
타코야끼, 오꼬노미야끼, 라면, 편의점주전부리 등
우리는 사케를 마시며, 다시는 싸우지 말자고 약속했다. 늦은 시간까지 화려했던 오사카의 밤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우리는 하루종일 걸은 탓에 휴족 시간을 붙인 채 바로 잠들었다.
오사카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화려했고 생동감 넘쳤던 도시 였다.